:: 영화 보기/'81~'90

희생 (Offret / The Sacrifice,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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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주여!
이 암울한 시대에서 구하소서
내 애들과 친구들을 보호하소서
나의 아내와 빅터와 당신을 사랑하며 믿는 이들을 구하소서
당신을 보지 못하여 믿지 못하는 자들
아직 불행해 본 적이 없어 당신을 영접하지 못한 자들
미래의 생명력과 희망을 잃은 자들
당신 뜻에 굴복할 기회를 잃은 사람들
불안으로 떨고 있는 사람들
종말이 다가옴을 느끼는 자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걱정하는 자들
주님이 아니고는 보호받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을 구원하소서

...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도 포기하겠습니다
집도, 사랑하는 아들도 버리겠습니다
평생을 벙어리로 살겠습니다
제 삶의 모든 것을 포기하겠습니다
어제 혹은 오늘 아침과 똑같이 모든 것을 되돌려 주소서
그리고 저의 이 끔찍한 두려움을 없애 주십시오
네, 모든 것을!
오, 주여! 저를 도와주소서!
약속한 모든 것을 지키겠습니다

 

그의 절규섞인 저 기도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그의 희생은 무엇을 위한 것이란 말인가?

요즘, 우연찮게 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결국, 인간은 마지막 절망의 순간에 어쩔 수 없이 신이라는 존재에게 의지하고 기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꼭 신의 전지전능함을 확인하고 그에게 무릎을 굽혀 손에 입맞춤을 해야하는 것일까? 그의 아들 딸임을 증명하는 것이 이 고난과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는 길인 것일까?

알 수가 없다...영화 속 저 대사처럼 내가 아직 불행해 본 적이 없어 신을 영접하지 못한 것일까?


주인공 아저씨는 마지막 절망이 다가오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려 한다. 그에게 그 모든 것들은 하나의 희망이며 그것들은 자신을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에 그러한 결심을 했겠지?

엄청난 여백으로 무서울 정도로 중압감을 주는 이 영화는 솔직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점이 많다. 절망을 마주하여 쉽게 무너지는 인간의 나약함과 그 나약함을 극복하기 위한 희생...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여백이 그만큼 많다고 느꼈다. 호흡도 무척 길다. 자칫 비어있는 듯한 이러한 모습들은 오히려 그 비어있는 공간으로 나를 무겁게 누르는 무언가가 있어서 엄청나게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봐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게다가 초반부터 나오는 대사 하나하나가 주는 중압감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는 강박감을 주어 그 멋지고 유명한 장면과 함께 감상한다는 것은 엄청난 고역이였다.

아련하게 알 것도 같지만 그래도 어려운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감독은 그렇다쳐도 영화를 이해한 듯한 자세로 그 수 많은 평을 써낸 인간들은 도대체...

솔직히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그리 많이 들진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그 기회 모두를 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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