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하이웨이 (Lost highway,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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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짐작하겠지만, 영화음악은 <블루 벨벳>에서부터 린치의 모든 작품을 전담하면서 10년동안 늘 함께 호흡한 안젤로 바달라멘티가 맡았다...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우리가 짐작하는 린치의 음악적 감성에서 멀리 비껴나 있다. 로이 오브슨의 In Dreams, 바비 빈튼의 Blue Velvet, 케티 레스터의 Love Letters와 같은 추억의 감미로운 팝송이 예상치못했던 장면 위에 덧붙여져 충격을 더해줬던 <블루 벨벳>이나 엘비스 프레슬리의 유령을 끄집어낸 <광란의 사랑>, 그리고 프렌치 혼과 피아노를 주 장기로 하는 안젤로 바달라멘티의 몽환적인 음악과 줄리 쿠르즈의 신비로운 목소리가 한데 오그라들던 <트윈 픽스>처럼, 이전의 그의 작품에서 접할 수 없었던 음악으로 이 <로스트 하이웨이>의 사운드트랙을 속단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기대를 완전히 배반하면서 과격하고 파괴적이고 강렬한 하드코어 음악으로 잔뜩 무장해있기 때문이다.
Lost Highway OST :: 97. 3. 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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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이야기하기 전에 영화의 사운드트랙 속의 리뷰를 먼저 소개한 것은 무엇보다 이 영화는 음악을 배제시켜선 안 되는 영화기 때문이다. (물론...나의 주관적인 견해일 뿐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데이빗 보위의 라든지 인더스트리얼의 최강자인 나인인치네일스의 트렌트 레즈너, 그리고 그의 수제자 마릴린 맨슨의 정신없이 산만하고 매력적인 음악과, 램스타인등의 하드코어밴드의 강렬한 음악과 그와 잘 어울어진 재즈음악들이 가득, 정말 가득가득 담긴 이 사운드트랙은 이 쪽 장르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명반이지만 무엇보다 97년 당시 내가 영화를 보지도 않고 이 음반에 주목한 이유는 당시 최강(?)의 밴드였던 스메싱 펌킨스의 새 노래가 수록되었기 때문이다.
이 노래가 가지는 의미는 당시 '멜론 콜리...'앨범의 빅 히트로 당대 최고의 위치에서 잘 나가던 밴드의 외적인 활동에 비해 드러머의 해고 등등...밴드 내적으로는 많은 갈등이 존재했던 가운데 과연 커트 코베인 이후 최고의 천재라 불리던 빌리 코건이 그들의 앞으로의 행보를 어떻게 정하느냐가 달려있던 시기로써 이 당시 호박들은 이 사운드트랙과 더불어 배트맨과 로빈의 사운드트랙에도 참여하였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본 이들의 행로는 일렉트릭의 요소를 가미한 사운드였다. 결과적으로 이 때를 정점으로 서서히 내리막 쳤지만 코건 역시 90년대 천재 중에 한 명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 영화와는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자, 영화로 말하자면 이 역시 뒤틀린 욕망에의 집착과 파괴되어가는 인간의 모습, 그리고 성적인 코드....등등이 섞인 데이빗 린치감독의 1997년도 작품이다. 이 아저씨의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고정관념이라 생각한다.
고정관념, 우리가 공간, 시간, 물리적 연개성과 그에 대한 보편적인 정의 등을 그대로 가지고서 이 영화를 이해하려 든다면 스스로의 한계에 절망할 지도 모른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처럼, 이 영화 역시 뒤죽박죽, 말도 안되는 환상적인 전개...등등 사실 그러한 설정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서 짜 맟추는 퍼즐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단순히 그냥 영화인 것이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발생하여도 여타 스릴러처럼 인과관계를 찾으려고 하는 것보다 그 말도 안되는 상황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면 조금은 접근이 용이할 것이다.
이 영화의 가장 주목할 만한 장면이라면 후반부에 피트가 앨리스와 사막 한 가운데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인데 그게 끝나고 앨리스는 피트에게 말한다.
'당신은 날 절대 가질 수 없어'
그리고 일어나선 창고(??집??)안으로 들어간다. 피트는 다시 어느새 브레드로 바뀌고 그녀를 따라 들어간 곳에는 그 미스테리 사나이가 있다. 그 사내에게 앨리스가 어디있냐고 묻자 그 사내는 그녀는 바로 브레드 자신의 아내인 르네라고 말한다. 혼란스러운 브레드는 밖으로 나오고 미스테리 사나이는 브레드에게 묻는다.
'너의 이름은 뭐지?'
아무 말도 못한채 브레드는 달아난다.
욕망에 대한 강한 집착은 눈을 멀게하고 결국 길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하지만 집착은 그 어떤 것도 손에 넣을 수 없게 만든다.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도, 자신의 길도 잃어버린채 이미 돌아가기는 먼 곳까지 와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유하려는 순간, 모든 것은 다 날라가버리는 사막의 신기루처럼... 불신과 그에 따른 집착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 따지고 보면 집착은 병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