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기/'01~'10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 조차 잊기 때문이라  
                            Blessed are the forgetful, for they get the better even of their blunders

 
                                                                                                                      ::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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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은 여자친구인 클레멘타인에게 발렌타인 데이 선물을 주기 위해 그녀가 일하는 곳으로 간다. 하지만, 그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클레멘타인과 그녀의 새로운 남자친구를 보고 어떻게 하지도 못한채 돌아선다. 서로에게 조금씩 지쳐가고 있던 중, 정신치료 과학자 미어즈위크 박사에게 그에 대한 기억을 지워달라고 한 클레멘타인.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조엘 역시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 한다. 자신의 머리 속에서 그녀에 대한 기억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것을 느끼다가, 그렇게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는 그녀의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사라져 가는 그녀를 어떻게 해서든지 기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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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결한 처녀인들 과연 행복할까?
                                                  잊혀진 세상에 의해 세상은 잊혀진다.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살이여,
                                                  어느 이뤄진 기도 어느 무산된 소망
                                                  How happy is the blameless vestal's lot?
                                                  The world forgetting, by the world forgot.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Each prayer accepted and each wish resigned.

                                                                                                     :: 알렉산더 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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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클레멘타인 크루친스키. 조엘 배리쉬의 기억을 지우러 왔어요. 따분한 남자였죠. 이만하면 충분한 제거 사유 아닌가요? 죽 생각해 봤어요. 예전과 지금의 내 모습은 어땠나...그가 나를 변화시켰나...요즘엔 자꾸 우울해져요. 그 사람과 있는 제 자신이 싫어요. 쳐다보기도 지겨워요. 그 애처롭고, 겁 많고, 겸연쩍은 웃음...병든 강아지 꼴이라니까요. 이쯤 되면 접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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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은 풍부했어요. 똑똑하긴 했지만 아는 건 없었죠. 제대로 된 책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죠. 잡지나 뒤적이는 수준이랄까. 어휘가 다소 부족했어요. 가끔은... 공공장소에서 어찌나 민망하던지... '라이브러리'를 '라이버리'로 발음하질 않나. 글쎄 라이버리래요. 클레멘타인에게 진정한 매력이 있다면 지구를 뜨고 싶게 만드는 성깔이죠. 불타는 운석이 사람을 자극적인 세상으로 날려버려요. 그러니 빨리리 배워야 될 게 주도면밀한 생존 전략이죠. 한편으론 무척 야해요. 그나마 그게 매력이려나. 진짜 클레멘타인은 어딨지? 머리 꼬락서니하곤...허접쓰레긴가...세상 말세군. 불만이라도 있어? 머리 색깔 바꿔. 그녀와의 섹스는 의욕이 없어요. 어젯밤에 그걸 극명하게 깨달았죠. 섹스(sex)가 아니라 비애(sad)였어요. 클렘은 남자들한테 호감을 얻는 방법은 섹스 뿐이라고 생각해요. 하다못해 거시기라도 달랑달랑 흔들어줄 판이죠. 조만간 동네방네 안 해본 사내가 없을 만큼 자포자기로 대책없이 살아요. 그녀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전혀 몰랐죠. 누군가를 오래 사귀어서 생기는 손실이 있다면 결국 남남이 된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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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추억... 난 그렇게 생각한다. 기억은 단지 머리에 남겨지는 것이고 추억이란 것은 가슴에 새겨지는 것이라고. 추억이 없다면 기억할 것도 없지만 기억이 없다고 해서 마음이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잖아. 조엘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머리 속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그녀의 기억들을 다시 되짚어보며 다시금 하나 둘 씩 추억을 만들고 그렇게 그녀를 가슴 속에 새겨놓는다. 비록 그녀의 기억이 사라진다고 해도... 클레멘타인 역시 그랬던게 아닐까? 그래서 그들은 비록 함께 했었던 기억들을 삭제 당하여도 다시금 만나게 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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