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싸이클 다이어리 (The Motorcycle Diaries, 2004)
가자
뜨거운 여명의 선지자여
버려진 외딴 길을 따라
그대가 그토록 사랑하는 인민을 해방시키고자
가자
우리를 치욕스럽게 하는 자, 정복자들아
우리 저항하는 마르티의 별들로 무장하고
승리를 다짐하며 죽음을 불사하나니
농촌개혁, 정의, 빵, 자유
그대의 목소리가 사방에 흩날릴 때
우리 그대 곁에 남으리
최후의 전투를 기다리며
행여 철의 파편으로 우리의 여행이 중단되거든
쿠바의 눈물로 수의 지어주기를
미국의 역사 한쪽으로 사라진
게릴라의 뼈마디 덮어주기를
:: Che Guevara, 1956
23살의 의대생인 에르네스토는 친구인 알베르토와 함께 포데로사라는 낡고 오래된 오토바이를 타고 4개월간 남미대륙을 여행하기로 결심한다.
"저 노인네를 봐. 너도 저 노인네처럼 그저 그렇게 살래?"
중산층의 넉넉한 가정에서 자란 이 두 청년은 단지 젊은 혈기 하나로 대륙횡단을 감행한다. 그러나 여행 중에는 뜻하지 않는 사고와 여러 어려움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에르네스토는 여행 중 우연히 한 병든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과 현실에 대해 실망하게 된다.
젊은 날의 여행은 아름다운 자연경치와 더불어 낯선 곳에서 낯선 아름다운 아가씨와의 로맨스 같은 낭만만이 존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막을 횡단하던 중 우연히 밤을 같이 보내게 된 페루 원주민들에게 그들의 불합리한 현실에 의한 삶을 듣게 되고 깊은 상념에 빠지게 된다.
- 저희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일거리를 찾아 떠도는 중입니다. ...두 분도 일자리를 찾고 계신가요?
- 아니요, 그런 목적이 아닙니다.
- 아니라구요? 그럼 여행하는 목적이 따로 있나요?
- ...그냥 여행 중이예요..
- ...신의 은총이 함께하길 빌께요.
침략과 약탈에 의해 파괴된 남미의 옛 문명의 흔적들 앞에서, 그리고 여전히 심한 차별과 고단한 현실 속에서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는 남미인들 앞에서, 에르네스토는 남미의 현실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점점 알아가게 된다.
"형,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야? 총 없는 혁명은 성공 못해."
이들은 남미 최대 나환자촌인 산 파블로에 머물며 나병환자들에게 대한 잘못된 행동들을 무시하며 그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이러한 이들의 행동에 이 곳의 의료진과 환자들도 점차 감동받게 된다.
- 저기 강물 본 적 있어?
- 물론이지.
- 저 강물이 건강한 사람들과 병자를 갈라놓고 있어.
여행을 하면서 마주친 현실에 실망하고 고민하다가 이 곳에서 지내며 에르네스토는 현실에 맞서 자신들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깨닭게 된다.
떠나기 전 날 밤, 자신의 24살 생일날 에르네스토는 병자를 가로 지르고 있던 강을 홀로 수영을 하며 건너게 된다. 도중에 지병인 천식으로 호흡이 힘들게 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을 건넌다. 오로지 이 불합리하게 놓여 있는 강을 자신만의 의지로 말이다.
난 그다지 정치적인 인간이 아니여서 게바라의 정치적 이념과 쿠바 혁명 그 속에 담긴 정신 따위는 그다지 관심 없다.
물론 그가 쿠바와 나아가 남미에 끼친 의미는 무시되어선 안 될 것이다. 어쩌면 그러한 것을 이해하는 것이 게바라 열풍의 거품을 제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멋드러진 시가 피우는 모습이나 별 달린 베레모나 아니면 신격화된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젊은 나이에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실히 만들어 자신의 신념대로 '스스로를 움직였다'는 것,
모순을 바로 보고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해 무엇인가를 했다는 점,
그러한 청년 게바라의 모습이 내겐 더 매력적이다.
이 영화 작년 이맘 때 봤었고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게바라의 '라틴 여행 일기' 역시 작년 이맘때 다시 봤었다.
글쎄... 작년 이맘 때 나 역시 무엇인가를 해야하고 그러기 위한 결심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생각을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런 것이 너무 늦은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었는데,
그러한 것을 벗어나 내가 앞으로 어떤 마음 가짐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러한 고민에 답이 되지는 않을까해서 게바라에 대한 서적과 영화 등을 다시금 봤었더랬다.
하하.. 근데 일년 정도 지나서 다시 이 영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우스운 일이다.
'라틴 여행 일기'에 나왔던 한 chapter의 제목처럼,
난
나의 여정을 자유롭고 꾸밈없이 만들어가고 있을까?
The Motorcycle Diaries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