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기/'01~'10

정사 (Intimacy, Intimite, 2001)

in·ti·ma·cy〔〕 n. (pl. -cies)
1 친밀, 친교;친한 사이 《with》
2《완곡》 정교(情交), 육체 관계, 간통;[종종 pl.] 친밀함을 나타내는 행위 《포옹·키스 등》

:: 네이버 영어사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내와 두 아들이 있는 가정을...음..버리고(?) 아니면 그냥 떠나서(?) 하여튼 지금은 혼자서 살고 있는 중년의 제이. 뮤지션을 꿈꿨지만 지금은 바텐더로 생활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 매주 수요일, 이름도 모르는 낯선 여자가 찾아와 벨을 누르고 그 여자와 아무 말 없이 섹스만 한다. 정말 어색한 인사치레 말 아닌 이상은 한마디도 안 한다. 그리곤 그냥 몸만 섞을 뿐이다.

어느 날, 여자에 대해 호기심이 생긴 제이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섹스만 하고 황급히 나가는 그녀를 몰래 따라간다. 그녀가 들어선 작은 극장에 들어가고, 제이는 클레어라는 그녀의 이름과 그녀가 이 작은 극장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란 것을 알게 된다. 그녀의 남편에게서 말이다...

아내와의 무미건조한 결혼생활을 뛰쳐나와 혼자 적막하게 살아가던 제이에게 수요일은 어느새 가장 중요한 것으로 자리 잡게 된다. 외롭다고 생각된 삶에 활력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수요일은 단지 수요일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지 못했다.

결국 클레어의 남편도 사실을 알게 된다.


클레어] 내가 뭘 잘못했죠? 알고 싶은게 있으면 다 물어봐요.
제이] 좋아. 왜 남편한테 말했지? 우리 일이 겨우..잡담 뿐이었어? 따져봐야 뭘 해. 살을 같이 섞는 사이겠지. 시시콜콜 다 보고하는 사이? 당신이라는 여자는 몰라. 매번 불쑥 찾아오고..섹스만 하고 돌아가지. 난 당신한테 뭐였지?
클레어] 그럼 어쩌겠어요? 늘 맞춰가며 사는 생활 속에서 내가 원하는 사람 품을 찾는게 그렇게 나빠요? 누군가를 원해본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당신과 다시 시작하고 싶었죠. 왜요? 부담스러워요?
제이] 당신은 아무도 채워주지 못한 걸 내게 해줬소. 그건 고마워. 그래도 뭔가가 항상 허전했지. 그래서 항상 당신만 기다렸소. 당신만 옆에 있으면 좋았지.
나는 두 아이의 아빠지만 있으나 마나한 사람이었소. 그리고 집을 나와서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지. 그건 아무 것도 아니오. 언젠가부터 수요일이 기다려졌지.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 어떤 여자 때문에... 매번 수요일이 기다려지는 거요. 일상생활은 날 압박하지. 모든 걸... 모든게 다 그렇죠.
클레어] 갈게요.
제이] 당신만 있으면 다 필요없소. 아무 것도...아무 것도 필요없소. 일이 이렇게 될 지 몰랐지만 난 당신처럼 강한 사람이 아니오.
당신이 나갈 땐 남의 여자라는 걸 깨닫게 되지. 내게 돌아와요. 다시 와 줬으면 좋겠소. 돌아와요. 같이 있어줘. 지금.. 안 돼요?
클레어] ..안돼요..


마지막에 둘이 나누는 대화에서, 그들의 상황이 이해가 될려고 하면서도 순간 클레어의 태도에서 조금은 아찔함을 느꼈다.
클레어의 남편이 제이에게 그랬다. " 당신 말고 더 있을지도 모르지."
클레어는 말했다. " 내가 원하는 사람 품을 찾는게 그렇게 나빠요? "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누군가를 원한건 정말 오랜만이라면서 같이 있어달라는 제이의 말을 거절한다.

왠지 사람의 감정조차도 단지 순간의 필요에 만족되어질 수 있는 것처럼 대하는 클레어의 태도가 서글펐다.

저 둘이 무엇을 서로에게서 원하고 채우길 바랬는지는 잘 모르겠다.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워낙 작은 것에도 달라지기 때문에 적어도 저들과 비슷한 나이거나 비슷한 생활환경이 아닌 이상은 잘 모를 일이다.

단순히 육체적 만족감을 서로에게서 찾았는지도 모르겠고 흔히 말하는 중년의 권태감을 낯선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설레임 속에서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제이가 클레어의 남편에게 클레어와 자신의 일을 남의 일처럼 말했을때, 자신의 부인이 클레어처럼 그렇게 낯선 누군가와 그런 일을 했는 것처럼 말했을때 클레어의 남편이 말한다.

" 그런 일은 당신만 겪는 게 아니요."


그래, 다른 것은 아직 공감할 만한 나이도 아니고 경험도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저 말처럼 누구나가 그럴 수 있고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서글픈 일인거 같다. 내가 저런 나이가 된다면 적어도 공감은 할 수 있을까? 아니, 공감하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