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 (Requiem For A Dream, 2000)
손쉽게 각자의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여러 약에 중독되어 파국에 치닺는 과정을 그린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영화이다. 화면 분할과 상당히 빠른 화면 전개 등의 감각적인 영상이 인상적이다.
약물 중독에 걸린 비참한 인생들과 거기에 어울리는 감각적인 화면 편집 등 여러모로 대니 보일 감독의 트레인스포팅 (Trainspotting, 1996)과 비슷하다. 하지만 트레인스포팅이 희망을 노래한 반면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파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해리가 어머니인 사라의 TV를 파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할일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는 해리는 어머니의 TV를 팔아 약을 살 돈을 구한다. 그런 아들을 무척 사랑하는 사라는 아들에게 아무런 말도 못하고 다시 그 TV를 사오곤 한다. 사라는 하루 종일 TV쇼만 볼 뿐이다. 그러다가 어느날 TV쇼의 게스트로 당첨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설레인다. 남편이 죽고 아들마저 집을 나가버리고 오직 혼자 뿐이라는 생각에 외롭던 사라는 자신이 즐겨보는 TV쇼에 나가 자신을 알리고 주목 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녀는 해리가 고등학교졸업식 때 입었던 빨간 드레스를 입고 나갈 생각에 들뜬다. 하지만 그때보다 엄청나게 살이 찐 그녀는 빨간 드레스가 맞지 않아 다이어트를 하지만 실패하고 결국은 무허가 의사에게 약을 받아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하지만 점점 약에 중독되고 헛것이 보이는 등의 중독 증세를 보이게 된다.
해리는 여자친구인 마리온과 흑인 친구 타이론과 마약에 찌들려 살아가고 있다. 큰돈을 벌기 위해 타이론과 함께 마약 딜러로 나서 돈을 모으게 되지만 심한 중독자가 되고, 거래 중 경찰에게 잡힌 타이론을 빼내기 위해 그동안 벌어둔 돈을 보석금으로 날리게 된다. 약을 사기 위해 돈이 필요한 그들은 결국 마리온이 자신의 몸을 팔게 되고, 마약을 구하기 위해 플로리다로 가는 도중 약의 부작용으로 해리는 팔을 잃게 되고 타이론은 경찰에 잡히게 된다.
냉장고가 자신에게 덤벼들고 TV 속 인물들이 나오는 등의 환각증세를 보이던 사라는 방송국을 찾아갔다가 경찰에게 붙잡혀 시설에 보내지게 되고 약이 필요하게된 마리온은 결국 거물 딜러의 꼬임에 의해 섹스 파티에 가는 등의 행동으로 약을 구하며 생활한다.
출연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고 화면 기법도 독특하다. 특히 사라역을 연기한 엘렌 버스틴의 약에 중독되어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연기나 약을 만들어 복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빠른 전개로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