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데이즈 (Last Days, 2005)
구스 반 산트 감독의 2005년 작품. '헤드윅'과 '몽상가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마이클 피트가 블레이크역을 연기했다. 주절주절 말 할 필요없이 커트 코베인에 관한 이야기. 그렇다고 흔한 일대기를 보여주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그의 발자국을 따라가기 보다는 그의 마음과 그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따라가려 하는 영화.
단지 너바나와 코베인에 대한 동경으로, 그리하여 다시금 그를 떠올리기 위해 이 영화를 보고자 한다면 반대한다. 물론 주인공의 이름이 블레이크라고 해도 그의 모습과 그의 행동과 영화의 스토리, 그리고 감독이 말했다싶이 커트 코베인에 관한 영화가 맞다.
사람들은 실존 인물에 관한 영화를 볼 때면 자신들에게 보여지는 그 이미지의 모습을 생각하며 그러한 이미지가 극대화 되길 바라고 그에서 만족을 얻으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보는 사람의 주관적인 이미지를 만족시켜주기 보다는 인물의 감정 그대로를 따라가고 있다. 마치 이해하기 힘든 너바나의 노래를 듣는 것처럼 처음에는 알아듣지도 못하고 거북할지라도 우리는 그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
90년대 최고의 천재, 그의 죽음에 대해 우리는 모든걸 알지 못한다.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미디어에 포장되어 신격화된 상품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린 그렇게 생각해 버린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건 우리의 우상이 아니라 인간으로써 그일 것이다.
차라리 그의 음악만 듣고 그에게 열광하는 것은 나은 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거품들이 있어서 진짜를 찾고 알기엔 힘들다. 나 역시 그가 죽고나서 알게 되었음에도 충분히 열광했던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 결국 단순히 그의 음악을 빼버리면 그 이외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 진짜 그가 있을까?
올해가 12년 째인가? 빠른 시간이다. 중 3때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흐르던 'smells like teen spirit'을 듣고 제목도 모른채 단순히 밴드 이름만 알고서 샀던 음반이 'in utero'였다. 내가 라디오에서 들었던 그 음악이 없어서 실망했고 또 무슨 음악이 이러냐며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우습게도 'in utero' 앨범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 중에 하나가 되어 버렸으니.
영화는 확실히 인식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물며 대사도 거의 없다. 단지 주인공이 죽기 전의 하루를 뒤죽박죽 보여준다. 하지만 블레이크의 행동에서 그다지 유쾌한 감정을 받을 수 없음이 나쁘지만은 않는다. 정신병자 같은 그의 행동 뒤에는 꼭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다. 가사를 알아 듣지 못하면서도 너바나의 음악을 듣고 무언가 움직이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