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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2 (Spider-Man II, 2004)

전편에 이은 샘 레이미 감독의 2004년 영화.
 
수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다른 영화를 볼 때도 간혹 느끼는 것이지만 유독 스파이더맨을 보면 영웅이라는 직업이 참으로 힘든 3D 직업의 대표라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도 스파이더맨을 보면 어떨땐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수퍼맨은 애초부터 엄밀히 말하자면 외계인이니까 쉽게 다치지도 않고 우주 여행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배트맨은 어릴 적 트라우마가 워낙 강해서 정서적으로 불안하지만 갑부여서 먹고 살 걱정도 없고 막강한 재력으로 고가의 무기도 많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이 가진 것이라곤 그 흔한 망토도 달리지 않은 단벌 수트에다 손목에서 나오는 거미줄 밖에 없다. 게다가 스파이더맨 이전의 피터 파커는 어찌나 어렵게 사는지. 소심하고 박력없고 항상 주눅들어 있으니 측은할 수 밖에.
하지만 그러한 모습이 더 매력적인건 분명하다.
 
스파이더맨의 고난은 둘째치고 피터 파커의 고난은 영화가 시작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온다. 왠만한 영웅들은 모두 겪게되는 영웅으로써의 정체성의 고민도 크다. 하지만 뭐 이런거 다 이겨내니 영웅하고 있겠지.
 
전편에서 보여줬던 멋진 컴퓨터 그래픽은 더욱 막강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메리 제인이 옥타비우스 박사의 기계손에 붙들려 잡혀가는 장면에서 메리 제인이 주변과 붕 뜨게 나오는 티를 빼고는 대부분 장면에서 실사와의 차이를 느끼기가 힘들 정도로 움직임도 부드럽고 화끈하다. 솔직히 옥타비우스 박사의 악마적 기질이 조금은 약하게 보여서 선악 대결의 재미는 좀 줄어든 감이 있었지만 다른 것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다른 히어로 무비와는 달리 이번엔 대부분 사람들에게 정체를 밝히게 된다. 오히려 그럼으로써 더 스파이더맨으로써의 정체성이 확고해졌다고 할까? 하여튼 이제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알게 된 해리가 3편에서 어떻게 복수를 할지 궁금하다.
 
그리고 반가운 인물이 있었는데 옥타비우스 박사의 조수(인가?)역으로 나온 다니엘 대 김. 로스트로 얼굴 알리더니 CSI에도 단역으로 나오는 등 곳곳에 자주 보인다고 얼마 전에 여자친구랑 얘기했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나왔더라. 반갑더군,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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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력으로 달리는 전철을 간신히 세우고는 쓰러지는 스파이더맨을 승객들이 손으로 잡는 이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리고 꼬마들이 스파이더맨 얼굴을 보고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하는 장면에서도 그렇고 이제 스파이더맨은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굳이 혼자 정체성으로 고민을 하며 폼 잡지 않아도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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