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기/'91~'00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Leaving Las Vegas, 1995)

아마 고 1이나 고 2때 이 영화를 봤겠지. 그래, 솔직히 그 나이에 이런 영화를 보는 이유는 단지 하나 밖에 없었다. 뭐, 나도 사람이여서 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기도 했겠지만, 그래도 내가 이 영화를 그 나이에 본 이유는 그런 감정적인 것이 아니였다.

그럼,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다를까? 글쎄.. 잘 모르겠다. 하, 물론 예전 그 느낌으로 본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경험이라는 것과는 아주 큰 증폭을 하기 때문에 적어도 가슴 한 구석이 아리는 정도는 있다.

결국엔 아무리 그래도 서로 바라는게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상대방에게서 그것을 찾지 못하면 실망하기도 하고, 또 원하기도 한다. 이 커플도 그런거 같다. 서로 상처를 지닌채, 더이상 떨어질 곳 없는 막바지에 몰렸다고 해도, 그래서 더 서로를 이해할 줄 알았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방의 그런 점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한다. 누굴 탓할 일이 아니다. 단지,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못할 그런 것을 내가 가졌을 뿐이다. 그냥 그런거 같다.

예나 지금이나 사막의 모텔에서 막 수영을 하고 나온 세라의 가슴에 술을 부으며 스킨쉽을 나누는 장면은 묘한 흥분을 일으키게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섹시한(에로틱한? 뭐, 하여튼,)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뭐니 뭐니해도 마지막 장면의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벤을 보내주는 세라, 그리고 죽은 벤 옆에 처량하게 앉아 있는 세라.

어떤 사람들은 이런 영화처럼 가슴 저린 기억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거라 한다. 여전히 난 웃긴 소리라고 생각한다. 그런건 단지 영화 속에서 있을 법한 일일 뿐이야. 최대한으로 가늘고 길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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