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MLB 홈런더비
농구를 좋아하는 분들은 알겠지만 가끔 자신이 던진 슛이 링에 들어가기 까지, 정말 그 찰나의 순간이 아주 까마득하면서도 고요하고, 편안한 기분을 들게 하는 것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정대만이 산왕과의 경기에서 그 고요함이 나를 다시 살아나게 한다고 했던 것처럼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야구에서, 홈런을 치거나 홈런 볼이 까만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모습을 봐도 그런 기분이 든다.
그 공을 보고 있노라면 그 어떤 별보다도 밝게 빛나며 계속 날아가 어둠 사이로 서서히 사라질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도, 기가 막히는 작전도 있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야구의 꽃은 바로 그 시간을 멈추게 하는 홈런이라는건 분명하다.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었던 양키 스타디움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사라지고, 야구의 성지인 그곳에서 벌어지는 올스타 게임의 홈런 더비를 봤다.
이치로가 과연 몇개나 칠까 궁금했었는데 아침에 기사를 보니 불참한다고 했고, 그렇다면 요즘 관심있는 그래디 사이즈모어Grady Sizemore는 과연 몇개나 칠까 궁금했는데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바로 조시 해밀턴Joshua Holt Hamilton이었다.
물론 단순히 기록이 중요한게 아니다.
최고의 유망주에서 마약에 찌들어 야구계에서 추방되었다가, 극적으로 재기한 인간 승리의 드라마와,
10년 전 은사恩師와의 약속을 잊지 않고, 또 은사인 클레이 카운실 씨도 제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71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3라운드까지 80개가 넘는 공을 던져 주는 모습도,
밤하늘을 가르며 빛나게 날라가는 중량 145g에 둘레가 23cm이고 108개의 실밥이 있는 그 작은 공과 함께 정말 빅 감동을 주더라.
아쉽게 3라운드에서 3개 밖에 때리지 못해 저스틴 모어노Justin Ernest George Morneau에게 홈런왕의 타이틀을 내주긴 했지만 야구의 성지에서 마지막으로 보여준 이 감동적인 순간은 그 장면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에게 큰 감동을 줬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런거 봐도 그렇게 감동하지 않는 나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했으니 말이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겪게 되고, 그 모든 것들은 다 의미가 있는거 같다.
중요한건 그 의미라는건 당장은 알 수 없다는 거,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알게 된다는게 아닐까?
결국 한 없이 작은 나란 인간이 할 수 있는거라곤
이 상황을, 그리고 후에 알게 될 그 의미를 받아들이는 거 밖에 없다.
이제, 그 의미를 찾아야 할 때인거 같다.
그리고 그 의미를 알게 된 순간 나도 역시 밤하늘을 가르는 멋진 홈런을 칠 수 있기를.
Josh Hamilton 28 Homeruns in 1st Round!
We're not going to think. We're just going to let it fly, Scully, okay?
다른 생각은 하지말고 공을 날려 보낼 생각만 해요. 알았죠?
Ooh! That's good. All right, what you may find is you concentrate on hitting that little ball... The rest of the world just fades away- all your everyday, nagging concerns.
잘했어요~! 저 작은 공을 치는 일에만 신경을 쏟으면 모든 고민들은 사라지고 머릿속에 들끓던 잡념도 모두 딴 세상일이 되는거죠.
the X-files season 6 ep. 20 'The Unnatu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