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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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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 2005)가 끝날 무렵, 조커의 저 명함이 보여졌을 때 영화가 다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제 영화가 시작된 것처럼 흥분했던게 생각난다. 그만큼 조커란 캐릭터는 배트맨이 상대하는 어떤 악당보다도 매력적인 악당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미지를 만든건 잭 니콜슨의 힘이 컸던 것도 사실이라 생각한다. 분명 주인공은 배트맨임에도 불구하고 늘 목도 돌아가지 않아 돌아볼려면 몸을 전체 움직여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칙칙함을 즐기는 이 영웅보다 기괴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는 악당들의 존재감이 컸다. 이건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히어로 영화의 공식이 아니다. 하지만 배트맨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이름을 타이틀로 내세워 영화를 만들어 감에도 그는 단지 주연일 뿐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조커, 내가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왜 그리 심각해? why so serious? 얼마나 멋지냐? 이 무한 긍정적인 사고방식. 늘 유쾌하게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가는 저 삶의 방식. 하긴, 뭐 어차피 그것도 결국 가면일 뿐이지만. 어쨌거나 이젠 목 돌아가는 레자 수트를 입은 배트맨보다 더 매력적인건 사실이다. 배트맨이 자아를 고민하며 범죄와 싸워도 어차피 급할땐 람보르기니타고 나가서 박살내도 아무런 타격이 없는 그런 사람이니까.  

배트맨과 조커, 그리고 하비 덴트 이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세명이 영화를 쥐락펴락하긴 하지만 역시 웃음 하나로 승부를 내 버리는 조커의 히스 레저에겐 그저 무한 찬사일 뿐이다.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만일 히스 레저가 여전히 살아서 영화를 홍보하고 조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면 우린 더 많은 상상력으로 영화 속의 조커를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면서 조금 섬뜻한 것도 느꼈다. 저 멋진 배우는 저 커다란 화면 속에서 우리를 이렇게 가지고 노는데 정작 저 배우는 지금 세상에 없다는게 너무 아이러니 하다고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멋진 작품 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할진 모르지만, 영원히 이 모습으로 남아있다는건 너무 슬픈 일인거 같다.
그 어떤 사실로도 그가 보여준 이 조커란 인물은 정말 최고 중에 하나라고 불리기 아깝지 않지만 결국 우리는 더 많은 것은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영화 속의 조커를 보면서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여러 성적을 봐서도 이 영화는 늘 그랬듯이 배트맨이 악당을 물리치고 평화를 찾는 듯하나 여전히 암울한 기운이 감도는 고담시를 보여주지만 멋진 영화임에 틀림없다. 팀 버튼 감독의 시리즈와 비교한다는건 의미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같은 선상에서 비슷한 크기의 존재감을 인정 받을 수 있는(혹은 더 넘어 설 수도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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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다크 나이트 포스터 중에선 그래도 이게 젤 맘에 드는거 같다.
그나저나 게리 올드만은 급 늙어 보여 좀 안타까웠음. 콧수염은 정말 안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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