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 파일: 나는 믿고 싶다 (The X-Files: I Want To Believe, 2008)
_엑스파일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시니컬하지만 때론 우스꽝스러웠던 멀더도, 짧은 다리와 긴 얼굴의 왠지 불균형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음에도 그 특유의 지적인 매력이 섹시함까지 뿜어나오게 했던 스컬리도 더 이상은 없었다.
여전히 그 나즈막한 울림으로도 짜릿하게 만드는 테마곡과, 스노우캣도 경외감을 감추지 않았던 멀더식 혼자놀기의 초절정을 보여줬던 날카롭게 깎은 연필 천정에 꽂기, 그리고 정말로 희귀해서 오직 멀더만이 가지고 있을 것만 같았지만 멀더의 친구도 가지고 있었고 엑스파일이 없어질 때 도겟요원도 은근슬쩍 챙겼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멀더의 방 한 쪽에 붙어있는 포스터, 이 정도만이 여전했다(아, 스키너 국장의 대머리도. 스포일러지만 누구나가 다 예상했을 듯).
역시 엑스파일은 오로지 매니아만을 위한 것일 수 밖에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은 저게 뭐야라고 하는.
어쩌면 그 기억이 너무나도 강렬히 남아 있어 아직도 어딘가에선 멀더와 스컬리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다니고 있을 것이고, 그런 그들이 곧 다시 나온다는 기대감이 컸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영화는 스릴러로써, 그리고 엑스파일 특유의 분위기로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으면서 매끈하게 잘 이어나간다. 강한 울림은 없지만 욕먹을 만한 영화는 아니였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단지 이 영화만을 가지고 볼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무한 애정을 가지고 여전히 엑스파일식 음모를 믿고 있는 적어도 나에겐 왠지 안쉬운 영화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너무 싱거웠다. 강렬한 초자연 현상도 없었고, 그렇다고 엑스파일이 보여줬던 특유의 특수효과도 없었다. 한마디로 멀더와 스컬리만 없었으면 엑스파일이라고 불리기도 민망하지 않았을까 싶다. 차라리 엑스파일 때 시즌과 시즌을 이어줬던, 그리고 시즌 중간에 보여줬던 2개의 에피소드 모음들이 더 영화다운 스케일을 자랑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단순하게 아직도 엑스파일을 잊지 않고 있는 팬들을 위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단지 그 추억을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그 정도의 힘 밖에(?)는 없는게 아닌가 싶다.
말했듯이 강렬하진 않지만 무리없이 잘 연결되어진 잘 만든 영화인거 같긴 하다. 하지만 그 매끈함이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예전의 전설의 고향이 지금의 그것보다 훨씬 엉성하고 거칠어 보일지언정 훨씬 더 매력있고 공포스러운 것처럼 엑스파일 초창기에 보여줬던 상상을 초월하는 초자연 현상과 거친 특유의 오컬트적인 감성이 보이지 않아 그게 아쉬웠던 거다.
차라리 특별판 형식으로 드라마 에피소드로 만들었었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반가운 친구를 몇 년만에 만나는 것처럼 엑스파일 그 자체로 너무 반가운 영화다.
아직도 짜릿하게 만드는 테마음악과 이제는 도인과 같은 모습의 멀더와 정말이지 세상사에 찌든 듯한 푸석푸석한 모습을 보여주는 스컬리가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모습, I Want To Believe 포스터와 아직도(?) 대머리 아저씨인 스키너까지, 그리고 여전히 진실은 저 넘어 어딘가에 있다는건 왠지 모를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마지막 시즌에서 론건맨들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이 영화에서도 계속 나왔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론건맨들을 볼 수 없었다는건 아쉽네.
마지막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 저 포스터와는 달리 영화 속에서 멀더는 한번도 총을 가지고 다니지 않음. 그래서 저 포스터는 뻥이야!(...기억이 가물가물한데...맞어 총 한 번도 안 들고 다녀.)
역시 마음에 드는건 이 티저 포스터. 계속 이거로 하지 솔직히 위에 있는 포스터는...촌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