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여정은 자유롭고/ 음악 이야기

Loser_Beck


정말 최악이었다.
사랑하던 여자는 어느날 떠나 딴 놈에게 가 버렸었고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사정에 취업 자리는 더더욱 여의치 않았으며 설상가상으로 집안 사정은 점점 힘들어졌다.
딱히 지금이라고 그렇게 나아진건 없지만 생각해보면 지난 해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어떻게 지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냥 정말 최악이었다는 것만 생각난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게 되면 정신 차리기도 전에 두 손과 두 발에 힘이 풀리게 된다. 그리고 찾아오는건 패배자의 변명 뿐이다. 세상을 좋고 나쁨으로 나눈다면 내가 가진 모든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말도 안되는 것 뿐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냥 그랬다.

단순히 '무릎팍 도사'의 중간에 삽입되는 음악 정도로 여기기엔 Beck의 이 메이저 데뷔곡은 너무나 가치 있는 것이다. 당시 10대의 소년이 어떻게 이런 음악을 만들 수 있었을까? 말 그대로 천재다(~이었다가 아니다).
이 음반이 나왔을 때 포크와 힙합의 절묘한 조합과 세기말 젊은이들의 상실감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극찬했던 신문 기사가 생각난다.

최악이었던 상황이 어느정도 지났는지 아니면 그냥 그 상황에 적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대로 살아갈만하다. 그래도 두 번 다시 마주치기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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