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여정은 자유롭고/ 음악 이야기

호박들이여, 영원하길

지금 어떤 그룹과 비교를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90년대 말 스매싱 폄킨스Smashing puimpkins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늘 그렇듯이 호들갑 떠는 언론들은 빌리 코건이야 말로 커트 코베인이 떠난 락 씬을 이끌 유일한 리더라고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그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빌리 코건의 명성에 가장 큰 한방을 날렸던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는 안타깝게도 당시 우리나라에 라이선스로 들어오질 못했다.
수록곡 중에 'Fuck you(an ode to no one)'와 'X.Y.U.'가 심의에 걸려서였단다.
그래서 난 그 음반을 97년 겨울에서야 라이선스판이 아니라 수입판을 살 수 있었다.
당시에 CD 플레이어가 없었는데 수입판은 CD만 판매했었다. CD 플레이어가 없는 마당에 CD를 사면 뭐하냐 싶었지만 뭐 나중에 CD 플레이어를 사면 되지하는 생각에 당시에 3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고 샀었다.
근데 당췌 음악이 듣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이거 뭐 그림의 떡도 아니고 바로 내 손 안에 있는데도 들을 수가 없으니 손만 잡고 밤새 뜬 눈으로 보낸 남정네 심정이 이런건가 싶었다. 결국 집에 CD 플레이어가 있는 친구 녀석에게 부탁을 해 테이프에 녹음을 해 달라고 했다.
겨울이여서 상당히 추운 날이었는데 친구를 만나러 한참을 걸어가서 설레이는 마음에 테이프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서 들었을 땐 정말 말로 못할 기분이었다.
아마 그 녹음 테이프가 좀 늘어날 때까지 들었던거 같다.

멤버가 탈퇴하고 팀을 해체하고, 다른 팀을 결성하다가 솔로 활동을 하더니 결국 다시 호박들의 타이틀을 걸고 나오기 까지 정말 많이 기다렸었다. 그리고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에디 베더는 요즘 예전의 강렬함보다는 잔잔한 울림으로 많은 곡을 부르고 있다. 어쩌면 그도 나이가 먹어감에 순응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긴, 에디 베더 개인일 때와 펄잼일 때와는 또 다르니까.
하지만 이제 40줄을 넘긴 빌리 코건은 아직도 그 감각을 유지하는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요즘 그룹 중에 아직도 이렇게 쿨한 음악을 만들어 내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내가 한참 좋아했던 90년대의 락스타들 중 대부분이 사라지거나 다른 그룹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당시 그들이 추구했던 음악적 색깔들도 다시 접하기가 좀 힘들다. 그런 면에서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펄잼이나 라디오헤드, 그리고 스매싱 펌킨스도 계속 계속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그들이 활동을 하지 않게 되면 더불어 내 청소년기가 그냥 사라지는거 같은 느낌이 들거 같다.




G.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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