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뒤에는 항상 기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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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기였던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2루로 뛰던 그가 2루 수비를 들어오던 유격수에게 태그 당할 타이밍이었다.
왼팔을 내밀며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유격수의 글러브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타이밍 상으로는 당연히 태그 아웃 당할 상황이었는데 2루 베이스 바로 앞에서 왼팔을 접더니 오른팔을 옆으로 휘두르며 펴고는 베이스를 찍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은 느린 화면이 아니라 보통 속도의 리플레이 화면으로 다시 봐도 세이프였다.
여러가지 멋진 장면을 많이 봤지만 그떄 그 장면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보통 공격, 수비, 주루 중 공격이 강한 선수가 좀 더 어필하지만 그 장면은 어떤 홈런보다도 인상 깊었다. 그 짧은 순간에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다는건( 아니 생각했다기 보다는 몸이 그렇게 반응했다는게 더 맞는 말일지도) 그냥 타고난 선수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더라.
이번 약물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그는 소위 전국구 스타였던 것 만큼 어웨이 경기에선 상대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그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비난이 앞으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홈 팬들에게서 까지 비난을 받을 건 당연한 거고, 결국 그걸 모두 혼자서 짊어져야 한다. 어떤 누구라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맥과어어나 본즈는 이미 은퇴를 했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질 수가 없는 상황이지만 에이 로드는 아직 젊다. 앞으로 10년은 넘게 현역으로 뛸 수 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오로지 실력으로만 경기를 임한다면 다시 인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사람의 마음이 한순간에 등 돌리듯 다시 돌아오는 것도 한순간이다. 정말로 잘못을 인정하고 어떤 비난도 이겨내며 실력으로 말한다면 불가능한게 아니라고 본다.
아무리 그래도 그가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건 모두 인정할 것이다. 약물을 하지 않았던(않았다고 하는) 양키스에서의 활약을 보더라도 그의 실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위기를 다시 기회로 바꾸는건 오로지 에이 로드의 몫이다.
갖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그걸 이겨내어 마침내 모두의 인정을 받은 많은 영웅들처럼 그도 그렇게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있으니(양키스가 계속 그와의 계약을 이행한다고 했단다) 그걸 놓치진 말았으면 좋겠다.
이미 기록으로 최고의 선수가 될 가능성은 없게 되었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과 노력으로 그와 상응하는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