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hingman_Pearl Jam
윤도현이 아줌마 빠마 머리를 하고 나와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소리 듣기 전에 난 좀 실소失笑를 머금었는데 자의든 타의든 그 머리 스타일은 이미 90년도 초에 에디 베더가 전 세계 록 팬들에게 유행시켰던 머리었던 것이었다(국내에도 그 당시에 그 머리 따라한 뮤지션들 많았더랬다). 펄 잼Pearl Jam의 팬으로써 그 누가 하던지 단발 뽀글 머리를 보면 에디 베더가 먼저 생각이 난다.
기억이 맞다면 1994년 겨울 난 펄 잼 앨범 중 처음으로 'Vitalogy'를 샀었다. 펄 잼의 음악을 들어봐야 겠다고 마음먹게 된 이유는 정말 간단하다. 너바나의 철천지 원수처럼 보이며(결국 언론의 더티 플레이에 의해 두 그룹이 피해를 본 것 뿐이지만) 너바나의 팬들에게 그렇게 욕먹는 이유가 무엇인가 궁금했었기 때문이다.
그 해 4월 커트 코베인이 세상을 떠남과 동시에 난 너바나의 음악에 빠졌었고 지구상에 그 어떤 음악도 그들의 음악을 뛰어넘어 나를 흔들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감히 말하지만 그런 생각은 펄 잼의 음악을 듣고 나서 바뀌게 되었다. 아, 펄 잼은 나에게 비틀즈보다 더 위대한 그룹이다. 비틀즈 팬이 욕해도 상관없다.
비단 그들의 음악 뿐만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와 약자를 위해 거침없이 내뱉는 모습에서도 그들은 인정받을만 하다.
캘리포니케이션 2시즌 10에피소드의 마지막 신에서 젊은 시절 행크와 캐런이 베카를 가졌음에도 서로 잘 알지 못하고, 또 각자의 파트너가 있기에 그냥 헤어질려고 한다. 아무 여자에게나 끌리면 바로 떡치는 결단력(?)을 좋은 쪽으로 발전시켰으면 그렇게 우유부단하게 머뭇거리지 않고 캐런과 함께 지내겠다고 말할텐데 그냥 소심하게 편지를 보내는 행크와, 이미 그 편지 내용을 읽어본 캐런은 행크가 그 편지를 우체통에 넣는 것을 보고는 기뻐서(?) 커트 코베인 추모식에 함께 가자고 한다. 그 젊은 시절 행크와 캐런이 나오는 때가 커트 코베인이 자살한 무렵이었다. 함께 커트 코베인의 추모식에 가는 그들을 배경으로 들리는 음악이 아이러니 하게도 바로 펄 잼의 'Nothingman'이었다.
10년이 훨씬 지난 곡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멋지다. 그래서 참 반가웠다. 1994년도였으면 중학교 3학년이었을텐데 그 풋내기가 뭘 알았겠냐만은 그래도 너바나와 펄 잼, 그리고 그 시대에 있었던 수많은 음악들은 참 각별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 당시 그들의 음악은 3년 동안 짝사랑했던 애보다 더 소중했었으니까.
어쨌든 드라마에서 펄 잼의 음악을 들으니(예전에 프렌즈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펄 잼의 'Yellow Ledbetter'가 나왔을 때에도 그랬지만) 참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