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기/'01~'10

이스턴 프라미스 (Eastern Promises, 2007)

시작부터 꽤나 충격적인 장면이다. 어릴 적에 아버지 따라 이발소에 가면 아저씨가 가죽띠 같은 곳에 면도칼을 갈고 면도를 하는 모습을 보며 저 칼에 베이면 얼마나 아플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칼, 생각보다 위력있게 나온다.
대부의 돈 꼴레오네처럼 이 영화의 세미온도 무게감 있지만 왠지 인자한 할아버지 쯤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식을 대하는 면에서는 돈 꼴레오네와는 좀 다르다. 뭐, 물론 영특한 마이클 꼴레오네와는 다르게 세미온의 아들인 키릴은 좀 멍청하지만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멍청한 아들이지만 그래도 아들은 아들인거 보면,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런 일들을 저지르는거 보면 그래봤자 결국 범죄조직의 수장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더라.
자고 일어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런 불안한 상황에서 저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살아가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그만큼 불안불안하다는 말이다.
그 유명한 목욕탕 격투신을 봤을 때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홀로 사제감옥에서 싸우는 장면이 생각이 났다. 올드보이에서는 꽤나 영화틱하게 싸웠는데 이 영화에선 정말로 처절하게 싸우더라. 아무리 남자라고 해도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면 무엇을 하든 어색하고 움츠러 들기 마련인데 자신을 죽이려는 두 정장을 발가벗은 상태에서도 악착같이 죽이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서글프게 보이기도 하더라.

비고 모르텐슨Viggo Mortensen은 웃는게 참 섬뜻하게 느껴졌다. 그가 출연한 영화는 반지의 제왕 밖에 본게 없는데 아라곤과 니콜라이는 확실히 다르다. 나오미 왓츠Naomi Watts는 생각보다 크게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거 같았고 뱅상 카셀Vincent Cassel은 이전에도 얼빠진 역을 많이 해서 그런지 잘 어울리는 역을 연기한거 같다.
세미온을 연기한 아민 뮐러 스탈Armin Mueller-Stahl 이 할아버지가 참 인상 깊었는데 돈 꼴레오네 만큼의 카리스마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무언가 텅 비어 있는 듯한 속내를 읽을 수 없는 눈빛은 참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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