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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 2005)

예전부터 보고는 싶었는데 계속 미루다가 이스턴 프라미스를 보고 나서야 보게 되었다.
폭력조직의 암살자였던 한 남자가 과거를 다 지우고 평범하게 살다가 우연찮은 사건으로 다시 과거의 폭력조직과 아니 그 폭력조직에게 폭력을 휘두른다(라고하면 맞나?)는 내용이다.
총에 맞아 머리가 터지거나 코가 으깨진 모습이 꽤나 사실적이다. 군대 있을 때 총기사고 관련 사진에서 봤던거랑 비슷하다. 한마디로 끔찍하단 말이다. 무슨 의미에서 폭력의 역사란 제목을 지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또 그 의도가 어떻든 간에 폭력에 의한 결과는 엄청나게 끔찍하다는건 확실히 알 거 같다.

인상적인 장면이 세 장면 있었다.
하나는 집으로 찾아온 칼 포가티 일당을 처치하던 중 포가티의 총에 어깨를 맞고 쓰러진 톰 스탤(비고 모르텐슨Viggo Mortensen)에게 총을 겨누고 있던 포가티를 톰의 아들이 총으로 쏴 죽였을 때, 일어나 피가 튄 얼굴로 아들을 쳐다보던 톰의 표정이 그 전까지 보여주던 다정한 아버지 그리고 친절한 이웃의 얼굴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그 아들조차 어떻게 할 것만 같은 살기가 느껴지는 표정을 보였을 때였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 상황에서 놀라거나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 않았을까 싶은데 톰은 그렇지 않더라.
또 하나는 톰과 그의 아내가 집의 계단에서 거친 섹스를 나누는 장면이었는데 거의 일방적으로 덮치다가 저항하는 아내를 보고는 이내 멈칫하는 톰과 그런 톰을 끌어 당기고 섹스를 한 후, 멍하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다시 그를 밀치고 이층으로 올라가는 그의 아내의 모습이었다. 그토록 믿고 사랑하던 남편이 철저하게 과거를 숨긴 암살자였다는 사실을 알아 버렸다면 왠지 곁에 있기도 힘들 것만 같은데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더라. 
그리고 마지막에 그의 형과 그 일당을 모두 제거하고 집으로 돌아온 톰을 아무 말 하지 않고 받아 들이는(? 맞이 하는?) 가족들의 모습이었다. 남편의 존재를, 그리고 아버지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몰라하던 그의 가족들은 아무런 말 없이 그에게 식탁의 자리와 음식을 준다. 분명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왔을지 짐작을 하고 있을텐데도 마치 평소처럼 늦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를 맞이하는 것처럼 대한다. 그런 그를 보고 아내는 눈물을 흘리고 그 역시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표정으로 눈물을 흘린다.
과거가 어떠했든 지금의 가족로써 그냥 받아들인다는 뜻이었을까? 그러 것 때문에 포가티가 말해던 것처럼 아메리칸 드림 속에서 그걸 지키기 위했던 걸까? 그런 가족의 모습을 보니 거기서 끝이 난 영화 다음의 이 가족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워낙 유명한 영화니까 그에 대한 글도 참 많았는데 씨네 21의 '폭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질문하는 영화 <폭력의 역사>'가 인상 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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