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기/'01~'10

미스트 (Stephen King's The Mist, 2007)

영화의 장르는 SF라고 되어 있지만 솔직히 SF 영화라고 하기엔 뭔가 좀 허전하다.
한정된 공간에서 문제에 부딪힌 사람들이 나누어 대립하는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 같아서. 그래서 짙은 안개와 그 속에 있는 괴물들은 단지 사람들의 본성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 밖에 되진 않는거 같았다. 오히려 무섭기는 약간 정신나간 듯한 카모디 아줌마가 더 무서웠다. 특히나 데이빗 일행이 마트를 몰래 빠져 나가기 위해 숨겨둔 식량을 가지러 갔다가 없어 졌길래 들통났구나 싶어 고개를 드는데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여유있게 칼을 쥐고서 바라보는 모습은 좀 섬뜻했다.
좀 인상 깊었던 장면은 우여곡절 끝에 차를 타고 떠나는 데이빗 일행을 바라보는 마트 안의 사람들의 모습과, 마지막에 군차량에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데이빗의 모습이었다. 가만히 있지 않고 어떻게든 헤쳐나가는 데이빗 일행을 바라보는 모습과 결국 어딘가에서 가만히 있다가 군인들에게 구조되어 무사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데이빗의 모습이 비슷하다면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래봤자 데이빗이 더 애처로워 보이는건 달라지지 않는거고.
그래도 그런 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길 줄은 몰랐다. 어떻게 보면 왠만한 스릴러나 공포 영화에는 죄다 붙이는 충격적인 결말이란 말은 이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