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기/'01~'10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

But what science may never be able to explain is our ineffable fear of the alien among us; a fear which often drives us not to search for understanding, but to deceive, inveigle, and obfuscate.
To obscure the truth not only from others, but from ourselves.

하지만 이방인에 대한 우리의 막연한 두려움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우린 이해하려 하기보다 속이고, 기만하고, 교란하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뿐 아니라 우리 자신한테도 진실을 감추려고 한다.

the X-files season 4 ep 4 'Teliko'


(약간의 스포일러 포함) 다른 존재와 함께 평행선 위에 서서 서로 바라 보는건 본질적으로 어려운 일일까? 늘 서로의 우위를 결정해야만 하는 걸까?
유럽인들이 아메리칸 원주민들을 처음 대했던 것처럼, 혹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대했던 것처럼 늘 그렇게 수직적인 관계를 형성해야만 하는 것이 본성인 걸까?

최첨단의 신기술 혹은 염력을 이용한 신비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남아프리카의 한 지저분한 구역(District 9) 안에서 꼭 사육당하는 듯한 생활을 하는 외계인을 보여주는 영화의 시작을 보며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인간과 외계인과의 관계에 좀 혼란이 든다.
물론 외계인이라고 꼭 우리보다 우월한 존재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생각한 미지의 외계인은 적어도 쓰레기를 뒤지며 살거나 인간들에게 사기를 당할 거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디스트릭트 9에서 생활하고 있는 대다수의 외계인들은 확실히 허당이다.

영화는 디스트릭트 9에서 거주하고 있는 외계인들을 다른 거주지역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작업을 하면서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그 과정 속에서 인간과 외계인들 간의 관계, 나아가 각 생명체에 대한 존중의 문제를 제시하게 된다. 뭐, 어떻게 보면 학대 당하는 동물들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보다 더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정일지도 모르지만(더군다나 피해자가 인간이 아니라 외계인이니까) 확실히 이건 생명 존중(인권이라고 하기엔 그렇고)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이전 시대에 인간들이 다른 대륙을 개척하고 다른 문명을 침략했던 것처럼 마치 언젠가는 진짜 일어날 지도 모를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정말로 이런 설정이라면 인간은 충분히 영화 속에서 처럼 할거라 본다.

하여튼 영화는 주인공이 인간의 이기적이고 간사한 모습을 대표하는 위치에서 어느새 외계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상징(?)이 되어가는 과정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다른 페이크 다큐멘터리처럼 어느 정도 사실감 있는 화면을 전달해 준다. 흔히 SF에서 진짜 같다는 것과는 또 조금 다른 느낌인데 어쨌거나 외계인의 무기가 보여주는 효과와 다른 그래픽도 멋지다. 다만 좀 아쉬웠던(?)건 후반부에 주인공이 조종하던 로보트의 움직임이 로보캅 2에서 봤던 로보트의 움직임과 비슷해서 좀 의아해 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뭐, 내가 보기엔 좀 그랬다는 거다.

첫 장편 영화를 이렇게 만든 감독의 재능은 정말 대단한거 같다. 이걸 누가 첫 장편 영화라고 하겠어. 좀 나사 하나 쯤은 풀린 듯한 주인공의 연기도 괜찮다. 보는 내내 그 답답함에 어이없는 웃음이 계속 나왔거든.
여러모로 보고 나서 후회할 영화는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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