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 15 - 지리산
본격적으로 산에 재미 붙여서 100대 명산 가 보자고 했던게 작년 휴가.
벌써 1년이 다 되었다. 한달에 한 곳씩 오르면 되겠지 했던게 1년 지나니 15번째.
15번째는 지리산.
종주할 장비나 여건이 아직 안 되어 있고 지리산은 한번도 가지 않아서 이번엔 천왕봉만 다녀 오기로 하고 8월 1일에 지리산 백무동을 찾았다.
근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태풍이 와서 긴장했었다.
백무동에 도착하니 아침 7시가 다 되었다.
원래는 백무동에서 세석대피소를 지나 천왕봉을 오르고 장터목대피소에서 백무동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안내도 사진을 찍고 움직이자 마자 비가 내렸다.
아무래도 일찍 올라가서 상황보고 정하자 싶어 장터목대피소로 향했다.
하동바위를 지나 소지봉까지는 계속 오르막이었는데 생각보다 힘들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소지봉에서 장터목대피소까지는 거의 능선에 가까운 길이여서 쉽게 지나갔다.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니 짙은 안개와 능선에서 불어 오는 거센 바람에 긴장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제석봉을 지날 때는 엄청난 바람에 몸이 휘청거렸다.
휴가 기간이여서 인지 내가 오를 때 내려오는 사람도 많았고 가족끼리, 특히 부자지간에 찾은 팀이 꽤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 한 팀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통천문을 지나니 드디어 천왕봉에 왔구나 싶었다.
조금 걸으니 천왕봉 도착.
그렇게 험한 날씨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었다.
날씨가 좋았으면 경치 구경했었을텐데 10m도 안 보이는 시야와 날라갈거 같은 바람에 얼른 사진을 찍고 내려와 밥을 먹었다. 밥이 입으로 들어 가는지 코로 들어 가는지 모른체 다 먹고 훗날을 기약하며 하산 길에 올랐다.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니 정오 쯤이었다.
여전히 짙은 안개와 강한 바람이었지만 다행히 비가 내리지는 않아 세석대피소로 향했다.
인적이 드문 능선길을 한참 걸으니 촛대봉을 지나 어느새 세석대피소에 도착했다.
궂은 날씨에 혹시나 했던 빠른 걸음을 잠시 쉬고는 갈림길에서 백무동을 향해 갔다.
약 6km 정도의 길을 시원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으니 아침에 출발했던 백무동에 도착했다.
오도재를 넘었을 때 보이는 지리산 능선을 보자 두근거리는 느낌은 누가 뭐래도 산을 계속 찾게하는 힘이다.
길이 험하면 험할수록 가슴이 뛴다는 말처럼.
오르고 싶었던 지리산 천왕봉을 찾으니 정말 좋았다.
비록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오히려 더 궁금해 벌써 다음에 올 것을 생각한다.
기다려라 지리산아, 조만간 날 좋을 때 또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