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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The Revenant, 2015)

영화에서 한계에 도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스타워즈나 스타트랙, 반지의 제왕처럼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미래나 판타지의 기점에 대한 구체화가 한계에 도전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상황을 극한으로 몰아 부치는 무모함이 한계에 도전하는 것일까? 둘다 맞을까? 그럼 사람들은 어느 것에 더 만족을 느낄까?

나는 잘 모르겠는데 레버넌트는 확실의 후자의 경험을 극한으로 끌어내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레버넌트를 보고 든 생각은 미친 감독이 미친 배우와 미친 스텝들과 만든 미친 영화라는 것이었다.

영화적 한계를 넘어 영화적 욕망을 (본인의 만족도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100% 표현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정말 미친 감독인거 같다. 자신의 욕망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건 무서운 건데 이냐리투 감독은 그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 하다.

 

원주민 부족의 습격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시작부터 한눈 팔 여유 따위는 허락하지 않는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는 그 치열한 현장을 바라보면서 어느새 살고자 하는 본능이 나도 몰래 꿈틀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곰의 습격 장면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모든 군더더기 감정과 시선을 과감하게 배제한 체 처절하게 생존에 맞춰 진 틀에서 디카프리오의 거친 숨 한숨 한숨이 내 입에서 나오는 것같은, 그의 개거품이 내 입에서 나오는 것같은 쓰디 쓴 경험을 하게 된다.

첫째로 인상적인건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배경과 적절한 음악이다. 인공조명을 배제하고 오로지 자연광만을 사용하면서도, 자연광을 그렇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런 인간의 테크닉은 단지 거들 뿐, 그 놀라운 자연의 관경은 숨이 막히도록 아름답다. 그리고 처절하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영화 전체에 완전히 녹아 있다. 디카프리오가 보여 줄 수있는 가장 최선의 연기에 맞는 배역인건지 아니면 디카프리오가 그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상관없다. 오스카가 디카프리오를 외면한다면 빡 돌지도 모르겠다. 그의 피눈물 맺히는 눈과 개거품을 보고도 의심을 한다면 이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해당 없음이 적절하다. 후보로 노미네이트 된 다른 멋진 배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올해는 디카프리오다. 그 뿐만 아니라 2015년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로 뽑힌 톰 하디의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하루 이틀 지나 생각해 보면 톰 하디가 더 떠오르는데 그것 만으로도 그의 존재 가치가 확실하다. 영화 보는 아주 잠깐 베일의 목소리가 겹친 것만 빼면 톰 하디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그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매드맥스 때 보다 연기가 더 좋았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걸 해낸 이냐리투 감독의 역량이다. 레버넌트 보기 전에는 매드맥스였는데 미안하지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레버넌트다. 개인적으로 이런 느낌은 놀란 감독의 배트맨 트릴로지 이후 정말 오랜 만이다.

 

약자로서의 부성애와 인간의 날감정을 가감없이 담아내는 연출과 숨이 막히는 영상, 그리고 복수를 향해 나아가는 생에 대한 극한의 집념을 무섭게 보여준 배우의 연기,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버무린 감독의 욕망까지 이 괴물같은 영화는 직접 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할 말은 많지만 할 수가 없다. 그냥 정말 놀라운 영화다. 무조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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