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DongJu; The Portrait of A Poet, 2015)
잔잔하지만 깊이있고 느리지만 여윤이 짙은 영화이다. 더 놀라운건 흑백의 화면으로 그 모든 감정들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그의 언어처럼 여리고 순수하지만 결코 굴하지 않고 비겁하지 않는 그 시절의 청춘이 보인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역시 정지용 시인과의 만남. 그리고 정지용 시인의 말.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거지"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게 평범한게 되어버린 세상에서 정작 자신이 괴물이 되어가는 것 조차 모른다는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커다란 굴곡없이 잔잔하게 흐르는 영화이다 보니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 영화들 속에서 이런 영화 하나쯤은 봐도 좋지 않을까?
동주 역의 강하늘은 늘 우리가 기대했던 그만큼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몽규 역의 박정민 배우가 너무나 잘 해줬다. 그래서 사실,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활동적이고 더 신념있게 보이는 몽규가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동주가 더 그의 시처럼 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