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Room, 2015)
상당히 무겁고, 끔찍한 주제의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적이고, 희망적이어야 하고, 희망적일 수 밖에 없는 성장영화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7년간 납치된 채 살아가는 조이역을 연기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의 브리 라슨보다는 험한 세상의 다리 같은 아들 잭이 있었다.
잭을 보면서 '아이 엠 샘'의 루시가 떠 올랐다. 의미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어른들의 길잡이는 아이들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정말 끔찍한 이야기이다. 7년간의 납치생활 동안 조그마한 방(룸)에 갇혀 그 중 5년을 자신의 아들과 함께 지낸다. 그 방과 엄마, 자신 그리고 닉을 세상의 전부라고 믿고 있는 아들에게 진짜 세상을 보여 주고 싶은 엄마의 결단과 진짜 세상을 마주하고 적응해 가는 이 모자의 모습이, 어쩔 수 없이, 희망이라는 여운과 함께 남겨진다.
잭을 연기한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최근에 본 영화 속 인물들 중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다. 깊이는 다르더라도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보다 더 울림이 컸다. 그런 장면 장면들 중에서도 잭이 처음 진짜 세상과 하늘을 봤을 때 저 눈빛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벅참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저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거 같다.
이 영화가 좋았던 점 중에 하나는 그렇게 끔찍한 현실과 현실을 마주하면서도 결국 가슴에 남는건 희망과 성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속 두 모자에게 어설픈 감정 이입보다는 응원의 마음이 더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