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Coco, 2017)
세월을 뛰어 넘어 변함이 없는 가족의 가치, Remember me!
멕시코의 한 작은 마을에서 온 가족들이 신발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미구엘 가족은 미구엘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남편이 자신의 꿈인 음악을 찾아 가족을 버리고 떠나자 음악을 싫어하게 되고, 이런 전통을 오늘날까지 이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구엘은 그런 집안의 전통(?)과는 달리 뮤지션이 되는게 꿈입니다. 집안 어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구엘은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인 에르네스토가 생전에 즐겨 말했던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말처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망자(亡者)의 날(el Día de los Muertos)'에 광장에서 있을 음악 경연 대회에 참가할려고 하고, 그러기 위해 결국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댑니다. 망자(亡者)의 물건에 손을 댄 미구엘은 죽은 자들의 세상에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오래 된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에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본게 언제인지, 아니 본 적이 거의 없는 거 같네요. 기억이 없어요. 어차피 시간이 좀 지나면 TV에서 하니 굳이 찾아가서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컸었죠. 보기 좋게 한방 먹었습니다. 예전에 고흐의 작품을 직접 봤던 때가 생각이 나네요. 그때도 어차피 그림들 인터넷에 검색하면 고화질로 볼 수 있는데 굳이 전시회 가서 볼 필요 있을까 했었는데 고흐의 작품을 직접 보고 나서 그 선입견이 와르르 무너졌었습니다. 그 질감은 아무리 고화질이라고 해도 구현해 내지 못하더라구요. 코코를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질감을 표현하는지, 그러면서도 각각의 요소들이 이질감 없이 나타나게 하는지 놀라웠습니다.
죽음을 대하는 모습은 각 문화마다 다릅니다. 우리는 엄숙하기도 하고 한(恨)의 정서랄까? 슬프고도 남은 자들에게 큰 짐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영화에서는 조금 경쾌하게 그립니다. 물론 그게 '망자의 날'을 대표하는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우리가 느끼는 죽음과는 조금 다른 듯 합니다. 그래서 영화 전체의 리듬감이 역동감 있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기본 정서는 다 비슷할 겁니다. 죽은 자들이 사라지는게 아니고 다른 세상에서 계속 존재한다는 믿음. 그래서 끊임없이 나를 기억해 달라고 하는 것이겠죠.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많은 걸 잊고 살아 갑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내 꿈들. 늘 곁에 있다가도 내 곁을 떠나면 슬퍼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 지기 마련이죠. 이제는 꿈에서 조차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에서는 계속 기억해 달라고 합니다. 나의 존재가, 나의 생각이, 나의 꿈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영원하길 바라는건 거창한게 아니고, 그냥 계속 함께 있는 것이겠죠. 단지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이멜다가 미구엘에게 아무 조건 없이 축복한다는 장면과, 미구엘이 부르는 노래에 코코가 함께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코코가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 눈물이 찔끔 나더군요. 결국, 가족이란 아무 조건없이 영원히 기억하는게 아닐까요?
코코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여러 요소들이 묵직하게 울림을 줍니다. 그게 나쁘지 않습니다.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