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건 (Logan, 2017)
세상 모든 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영원히 사는 사람도 없고, 영원히 지속되는 문명도 없습니다.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는 멸종의 위기에 있는 생물들이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언젠가는 사라집니다. 뿐만 아니라 인류가 창조한 것들도 언젠가는 소멸하기 마련이죠.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 중에 식스 핏 언더가 있습니다. 장의사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인데 막연히 두렵기만 한 죽음과 끝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합니다.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기는 힘들겠지만 조금은 더 익숙하게 받아 들이는 시선을 보여 줍니다.
로건은 잘 알다시피 지금의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가 확립되기 전에 먼저 사랑을 받은 마블 히어로인 엑스맨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는 캐릭터입니다. 어떤 모습과 행동과 스토리를 가진 히어로이든 일단 우리는 그 히어로들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물론 영원할 수도 있습니다. 히어로들이 일반인들과는 달리 초인적인 능력을 가졌기에 그에 대한 동경심이 많겠지만, 그동안 이런 히어로들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서인지 로건은 더욱 더 가슴 아픈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사실 울버린이라는 캐릭터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로건은 캐릭터의 호불호를 떠나서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선과 끝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통해 유한한 존재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말합니다. 그렇게 거칠고 몸만 쓰는 히어로들도 우리들처럼 고민하고 두려워하고, 하지만 끝까지 지키고 싶은 신념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그럼으로 우리는 왠지 모를 벽을 허물고 이 히어로라는 존재들을 더 친숙하게 받아 들일 수 있습니다.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울버린의 일생의 마지막을 과한 감정이입 없이 건조한 시선을 유지하려는 게 좋았습니다. 또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주는 것도 나름 여운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의 이야기가 다시 나오겠지만 휴 잭맨 만큼 울버린을 잘 표현했던 배우가 나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크리스토퍼 리브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