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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Avengers: Infinity War, 2018)

기존 마블의 영화와는 사뭇 다른 오프닝으로 시작을 합니다. 우주 저멀리 어딘가에서 들리는, 바로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파괴된 아스가르드를 뒤로하고 지구로 향하던 우주선에서 오는 구조 요청이었습니다. 토르: 라그나로크의 쿠키영상에서 타노스의 거대 전함 생츄어리II를 마주치면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모두 쉽게 예상할 수 있었고, 실제로 그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주가 창조되기 전, 여섯 개의 특이점이 있었고 그 후 우주가 폭발하여 탄생하면서 그 여섯 개의 잔재들이 응축되어 6개의 스톤들이 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인피니티 스톤이라고 부릅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지난 10년은 이 인피니티 스톤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연을 가진 히어로들이 이 인피니티 스톤을 가지고 자신의 야욕(?)을 달성할려고 하는 타노스를 저지하려는 단순하다면 단순한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다양한 인과관계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나아가 하나의 목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10년 동안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펼쳐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마침점의 시작으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나옵니다.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캐릭터들이 마블의 영화에 나오며 사랑을 받았습니다. 누구나 그랬듯이 어떻게 이 많은 캐릭터들을 자연스럽게 엮을 건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탄탄한 연출 실력을 뽐낸 루소 형제는 이 영화에서도 수많은 캐릭터들을 다양한 팀으로 묶어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극의 흐름에 이질감이 없도록 멋진 연출을 보여 줍니다. 큰 그림을 구축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구축된 마블의 역량을 아낌없이 보여 주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건 당연히 타노스였습니다. 그동안 마블의 약점이라고 늘 지적 받던 소모성 빌런이라는 징크스도 깨버리고, 타노스에게 조차 사연과 당위성을 부여하여, 이 유니버스가 단순히 선과 악이라는 흑백 논리의 대립이 아니라 더 복잡한 이해관계로 구축된 우주라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타노스의 행동에는 무자비함과 단호함이 느껴졌으며, 또한 그 역시 단순한 악이라기 보다는 고민하고 번뇌하는 존재라는 것도 어필이 되어 좋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감정적인 순간순간이 타노스를 더 거대한 존재로 보여주는 장치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다만 그런 모습을 타노스의 외형에서도 지나치게 고려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초창기 타노스의 얼굴이 더 카리스마가 있어 보였던 건 좀 아쉽습니다. 전 가오갤 vol.1에서 나왔던 타노스의 얼굴이 가장 좋습니다.


영화를 보는 관점에서, 혹은 이어지는 어벤져스 4에서 더 펼쳐질 내용들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큰 활약을 할 것 같았던 우리 히어로들은 사실 몇몇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습니다. 이는 전체 유니버스 안에서 봤을 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죠.


워낙 기대감이 크고, 이 유니버스 10년의 절정에 달하는 지점에서 나오는 영화이기에 다양한 예상이 나왔습니다. 그 예상들은 모두 예상일 뿐이라고 보기 좋게 넋 나가게 한 스토리는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특정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헉!이라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정작 타노스가 그걸 사용할 줄은 몰랐거든요. 영화를 보면서 감탄사를 뱉은 건 기억하는 거로는 처음이었던 거 같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계속 지켜봤던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환상적이고 놀랍고,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여행과도 같은 경험을 하게 합니다. 이미 알려진 원작들의 내용과, 수많은 사람들의 예상 속에서 그 중 하나와는 비슷할 거라는 생각을 우습다는 듯이 깨버리는 스토리 전개와 상영 시간 내내 한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게 하지 못하는 비주얼, 이보다 더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는 많지만 이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는 아마 손에 꼽을 정도일 겁니다. 


그 여운이 너무나 강렬해서 다크 나이트곡성 이후로 영화관에서 2번 봤습니다. 기회가 되면 아이맥스로 한 번 더 볼까 합니다.


무엇이 마블을 이렇게 강하게 만들었을까요? 통속적인 말이지만 뚜렷한 비전과 목표 아래 열린 시각과,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 없는 도전, 그리고 이를 통해 축적된 경험을 계속 발전시키는 자세, 이것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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