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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중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초반부에 나오는 요조 자신의 묘사 부분은 참으로 와닿는 부분이 많습니다.


뭐든 상관없으니, 웃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제가 그들의 소위 삶」 밖에 있어도, 그걸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닐까, 어쨌든 저 인간들의 눈에 거슬려서는 안 돼, 나는 무無다, 바람이다, 허공이다, 이런 생각만 쌓여서, 저는 광대짓으로 가족을 웃기고, 또, 가족보다도, 더 이해할 수 없고 무서운 머슴과 하녀들에게까지, 필사적인 광대짓 서비스를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그저 사소한 일례에 지나지 않습니다. 서로 속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누구도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 채지 못한 듯한, 실로 산뜻한, 그야말로 맑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일례가, 인간의 삶에 충만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서로 속고 속이는 일에는, 별로 특별한 흥미도 없습니다. 저 역시, 광대짓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사람들을 속이고 있습니다. 저는, 윤리 교과서에 나올 법한 정의니 뭐니 하는 도덕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서로서로 속이면서 맑고 밝고 명랑하게 살고 있는, 또는 살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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