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The Spy Gone North, 2018)
공작을 봤습니다. 공작은 실제 북파공작원인 '흑금성'의 이야기를 다룬 첩보영화입니다.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 캐스팅이 화려하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공작을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곡성 이후에 가장 재미있게 본 한국영화이구요 내내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게 봤습니다.
과장된 액션도 없고 뻔한 신파나 억지로 감정을 부추기는 장면도 없습니다. 상당히 정적이긴 한데 그게 지루하지 않습니다. 흐름이 좋습니다. 기억으로는 총 쏘는 장면이 한장면 밖에 없는데도 이런 긴장감은 참 신선했습니다. 기름기 쫙 뺀 참으로 담백한 첩보영화라고 느꼈습니다.
대부분 이성민 배우의 연기를 극찬하더군요. 그럴만 합니다. 아우라가 대단합니다. 큰 액션이 없는 영화이다 보니 자연스레 배우의 대사와 표정, 행동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성민 배우는 군더더기 없이 맡은 역할을 연기합니다. 늘 그렇지만 이번 영화에서도 실망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황정민 배우도 곡성 이후로 가장 좋은 연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공작원으로써의 사명감과 긴장감, 그 속에서 상대방과의 적절한 밀당이 역시 황정민이라는 소리를 하게 만들더군요. 뭔가 화려한 느낌은 아니지만 곡성 이후로 가장 좋게 보였습니다.
주지훈 배우가 상당히 인상적이라면 인상적인데, 영화의 결을 의외의 포인트에서 확장 시키거나 환기 시키는 역할을 잘 한다고 느꼈습니다. 점점 기대가 되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007이나 이단 헌트, 제이슨 본과 같은 뭔가 비현실적인 영웅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현실 공작은 이렇다라는 걸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그게 너무 좋았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는데 극 중 박석영과 리명운은 안경을 끼고 있는데 둘의 얼굴을 크로즈업 한 장면을 보면 얼굴에 명암이 짙게 깔리고 안경에 사물이 반사되어 둘의 눈빛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공작원으로써 각자의 속내를 숨기고 밀당을 하는 미묘함이 그러한 것 때문에 더 극대화 되는 것 같아 재미있었습니다.
이게 다른나라의 실제 공작원을 다룬 영화였다면 잘 모르겠지만 비교적 최근(90년대 중후반)의 우리 역사와 결을 같이 하는 내용이다 보니 정적이고 화려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극적인 장치 혹은 관객을 감정적으로 고조시키는 장치가 많은데 이 영화는 비교적 담담하게 억지로 감정을 이끌려는 시도가 크게 많지 않다고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자세가 더 집중을 할 수 있게 한 거 같습니다.
이런 영화 좋습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비슷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저는 더 좋게 봤습니다.
+ 좀 의문인 점은 박석영이 남한 정치인들과 리명운의 만남을 도청할 때, 그 후에 도청 장치들이 충분히 발각이 될 상황이고 분명 그런 것들에 대해 북한이 박석영을 의심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런 장면이 없더군요.
+ 또, 박석영이 북한에서 탈출을 하고 중국에서 얼마 정도 머무는데 숨어 있는 것도 아닌데 북한이 박석영을 제거할려고 하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 역시, 롤락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