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하 (SVAHA : THE SIXTH FINGER, 2019)
‘사바하’를 봤습니다. 사바하는 ‘검은 사제들’이라는 한국형 엑소시즘 영화를 만든 장재현 감독의 영화입니다.
영화는 신흥 사이비종교의 비리를 파헤치는 박목사가 신흥 종교 집단인 ‘사슴동산’을 접하면서 발생하는 미스테리한 사건을 추적하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번쯤은 접해 봤음직한 친숙한(?) 코드들을 통해 믿음과 수많은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으려고 하는 감독의 의지가 보이는 영화인거 같습니다.
1999년 한 시골에서 쌍둥이 여자 자매가 태어납니다. 그 중 언니(영화에서는 ‘그것’이라고 불립니다.)는 보통 아이와는 다른 외관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쌍둥이의 어머니는 출산 일주일 후에 사망을 하고 아버지는 자살을 하지만, 조부모의 손에서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동생 금화와 함께 키워 집니다.
2014년, 신흥 사이비 종교의 비리를 파헤치는 종교문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목사는 태백과 정선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는 신흥 종교 집단인 ‘사슴동산’을 조사하게 됩니다. 강원도에서 발견된 여중생의 시신과 그 사건의 용의자가 ‘사슴동산’과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고, 1999년에 태어난 쌍둥이 자매와 용의자, 그리고 사슴동산이 얽힌 놀라운 사실에 대해 알게 됩니다.
그동안 접했던 외국의 엑소시즘 영화와 오컬트 영화는 지극히 그들의 문화(기독교와 천주교)를 바탕으로 했기에 단순히 1차적인 공포심을 느낄 수는 있었지만, 사바하는 이런 공포심과 더불어 한국적인 종교 문화를 더해 좀 더 실감나는 공포와 호기심을 전달합니다. 불교를 바탕으로 다양한 밀교와 주술, 그리고 민속 신앙 등을 통해 어릴 적 언젠가 들어보거나 직·간접적으로 경험 해 봤음직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이는 ‘곡성’과 비슷한 노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곡성이 판타지스러운 측면이 강하다면 사바하는 좀 더 현실적입니다. 영화를 위해 수집한 다양한 정보를 논리적으로 정리한 감독의 노력이 돋보입니다.
시각적인 효과와 묵직한 음향을 잘 섞어 음산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초반부터 잘 잡아 주고 있습니다. 합장 같기도 하고 주문 같기도 한 나지막한 음향은 감독이 직접 티벳에 가서 녹음을 했다고 하더군요.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습니다. 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잘 흘러가는 듯한 서사가 종반부터 서술이 많아지면서 초반의 묵직함이 많이 희석됩니다. 저는 김제식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때부터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영화의 주제와 내용과는 별개로 비교대상으로 많이 언급되는 곡성과의 차이가 그 지점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곡성처럼 마지막까지 밀고 가는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장르가 다르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영화적 만족감은 비슷한 공식에서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은데 그 점이 조금은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나한이 금화를 죽이려고 할 때 금화가 나한에게 말합니다. 죽는 건 두렵지 않은데 이유라도 알자고. 그 왜라는 물음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핵심인거 같아 저는 그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왜라는 물음의 답을 얻기 위해 인간은 평생을 소비하고 존재 자체도 명확히 모르는(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신에게 묻고 갈구하고 원합니다. 이렇게 손에 잡히지도 않고 불명확한 물음에 끊임없이 답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얻고 빼앗고 살아갑니다. 그런 물음이 생의 원동력이면서도 신을 찾게 되는 간절함이 되고, 결국 그 물음에 대해 또다른 물음을 던지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말하고자 하는 점이 아닐까 싶네요. 조금은 다르지만 최근에 이런 물음에 의문을 가지고 있어서 영화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