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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 (Captain Marvel, 2019)

※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캡틴 마블이 개봉을 했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처음 소개 되는 캐릭터이고, 역시 MCU에서 처음 나오는 여성 히어로의 단독 영화이며 어벤져스:엔드게임 바로 앞에 개봉되는 영화로써 엔드게임의 스토리를 추측할 수 있는 요소가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 등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영화이죠. 캡틴 마블이라는 MCU 상에서는 처음(간접적으로나마 어벤져스:인피니티워에서 소개가 되긴 했었죠) 소개되는 캐릭터이다 보니 영화의 주 내용은 어떤 사건보다는 캡틴 마블이라는 인물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느낌입니다. 코믹스 상에서 상당히 강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를 어떤 식으로 MCU에 녹여 내는가가 가장 큰 고민이 아니였을까요?

 

크리족의 특수부대인 스타포스 팀의 일원인 비어스는 작전 중 스크럴족의 함정에 속아 그들에게 잡히게 되고, 스크럴족이 그녀에게서 정보를 얻기 위해 그녀의 기억을 보는 과정에서 비어스도 자신의 과거의 파편을 보게 됩니다. 종종 꾸던 악몽 속 의문의 인물을 찾기 위해 스크럴족이 그녀를 잡은 걸 알게 되고, 의문의 인물이 누구이며 그녀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의문이 좀 더 자세하게 풀립니다. 그리고는 스크럴족으로부터 탈출하는 과정에서 1995년 지구로 떨어지게 되는데요. 지구에서 당시 쉴드요원인 닉 퓨리를 만나고, 스크럴족의 방해를 피해 결국에는 과거의 기억을 모두 찾게 됩니다. 의문의 인물과 과거 그녀와의 관계, 그리고 크리족과 스크럴족과의 관계를 모두 알고 나서 결국 슈퍼 히어로써의 자신을 각성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여러 가지 구설과 논란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향후 MCU를 책임 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히어로인 캡틴 마블을 연기할 브리 라슨에 관한 것이 많았습니다. 티저와 여러 홍보 포토, 그리고 그녀가 보여준 일련의 행동으로 인해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룸(2015)에서 처음 그녀의 연기를 봤었는데 그 때 연기를 좋게 봐서 이런 논란들이 조금은 조심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캡틴 마블 영화에서의 그녀의 모습을 논하자면 저는 만족스러웠습니다. 기존 MCU 캐릭터인 닉 퓨리와의 호흡도 좋았구요, 강하면서도 유머스러운 모습으로 캡틴 마블의 정체성을 잘 확립한 것 같았습니다.

 

캡틴 마블이 워낙 강한 캐릭터여서 MCU 상에서 나타날 때 어떻게 기존 히어로와의 능력 차이를 이질감 없이 구현할까 궁금했는데, 강하긴 강하더군요. 다른 히어로들과 직접적인 능력치 비교를 하는 장면은 없어 확인하기는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각성한 토르와 대등하거나 더 우월한 능력을 보여 줍니다. 하지만 그 표현에 있어 스펙타클한 모습이 좀 부족하다고 느껴졌는데 이는 영화의 액션 부분에서 조금의 아쉬움을 남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 영화가 어벤져스:엔드게임에 앞서 캡틴 마블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가장 큰 이벤트에서 그녀의 활약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봐야 하는 점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 영화에서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들은 아마 후속편이 나온다면(나오겠죠?) 더 깊게 다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미 DC 확장 유니버스에서 원더우먼(2017)이라는 여성 단독 캐릭터 주연의 영화를 성공적으로 런칭했기에, 자연스레 비교대상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이다 보니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도 많은 논쟁을 만들었구요. 저는 그냥 캐럴 댄버스라는 한 인간이 사회적 편견에 맞서 스스로를 지켜내고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은 것이 좋았습니다. 물론 가정에서, 사회에서 그녀가 당한 편견들이 권위적인 남성 혹은 그런 집단으로부터 시작이 되긴 했지만, 만약 영화가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만 접근을 했다면 이런 갈등을 더욱 강하게 보여줬겠지만, 영화는 이 뿐만 아니라 지금도 세계적인 관심인 난민 문제 등도 비중있게 다루고 있어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리의 시각에 대해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사실 무난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극적인 긴장감이 기대보다는 좀 약한거 같았습니다. 그냥 잘 만든 TV드라마 같은 느낌이랄까요? 기대했던 전투장면도 조금은 밋밋했구요.

 

주조연들의 연기는 다들 좋았습니다. 로난 같이 캐릭터들의 활용도가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다들 만족할만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앞으로 활약이 기대되는 캐릭터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로는 무난한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1994년도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이 시기의 다양한 문화 코드가 나오는데요, 그때 중고등 학창시절을 보내고 당시 팝음악을 즐겨 듣던 저로써는 상당히 반가운 점들이 많았습니다. 비어스와 퓨리가 처음 만나던 곳의 벽에 있던 포스터인 The Smashing Pumpkins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는 최애 앨범 중 하나이고, 둘이 차를 타고 갈 때 나오던 TLCWaterfall도 최애음악 중 하나이죠. 뿐만 아니라 HoleNo Doubt의 음악도 당시에 참 많이 들었습니다. 퓨리가 비어스를 보고 말했던 그런지 룩도, 그녀가 입은 티셔츠의 나인 인치 네일스의 로고와 캐럴 댄버스가 친구와 바에서 노래 부를 때 입고 있던 티셔츠의 건즈 앤 로지스의 로고도 참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너바나의 음악이 나오다니요!! 이전에 기사로 너바나의 음악이 나온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왠지 그때는 캡틴 마블의 전투 장면에서 Smells Like Teen Spirit이 나올꺼라 생각했었는데 Come As You Are가 나오다니요!! 아직 OST를 듣지는 못했지만 가오갤의 7~80년대 음악들 보다 저는 캡틴 마블의 음악들이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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