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의 풍경 (Landscape In The Mist, Topio Stin Omichli, 1988)
테오 앙겔로플로스감독의 1988년도 작품이다. 볼라와 알렉산더 두 남매가 독일에 있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 제 45회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솔직히, 영화는 상당히 늘어지는 느낌에다 무미건조한 화면, 그리고 한편의 시를 보는 듯한..
볼라와 알렉산더는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가 독일에서 살고 있다는 어머니의 거짓말을 믿고 몇번이나 기차역을 서성이다가 독일로 떠나는 기차에 무임승차하게 된다. 얼마 가지도 못하고 승무원에게 무임승차가 발각되어 경찰에 넘겨지고, 삼촌을 만나러 가는 중이였다는 거짓말을 하여 삼촌에게로 보내진다. 그러나 삼촌은 애들의 어머니가 얼굴도 모르는 남자의 애를 낳았다고 하여 더이상은 이들에게 관여하길 꺼려한다. 경찰서에서 도망쳐 나온 이들 남매는 독일로 가면서 여러사람들을 만나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어렴풋이 알아가게 된다. 오레스테스같이 친절한 사람들도 있지만, 자본주의의 단면을 보여주는 식당주인이나, 어린 볼라를 강간하는 트럭운전사나...이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들 남매가 배우는 것은 세상의 차갑고 낯선 눈길 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경에 다다른 남매는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보다도 더 클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안개가 자욱한 언덕에 있는 나무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영화를 보면서 남매들이 만나는 여러 사람들을 보며 '혹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 아닐까?'하는 것들이 대부분 맞았다. 그러면서 남매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조금은 씁쓸했다. 나 역시 사람들을 의심하고, 게다가 그 의심한 것들이 맞아떨어지니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화에서 남매들이 겪는 일들이 어린 애들이 겪기에는 버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이 살아가는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트럭운전사에게 강간을 당하고 흐르는 피를 손으로 만져 덤덤히 바라보거나, 모자란 돈을 벌기위해 몸을 팔려고 하는 것이나, 굳이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그저 바라보는 것뿐 누구나 어쩔 수는 없는 일들이 아닌가..
영화는 곳곳에 상징적인 화면이나 몽환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렵다고도 할 수 있지만 굳이 의미를 따지기 보다는 그냥 바라보는게 이해하기 더 쉽지 않을까 한다.
이런 영화는 보는 내내 '왜 '라는 의문이 든다. 왜 저 애들이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가, 왜 저런 상황에 처해야 하는가, 왜 진정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는가 하는 등의 의문들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저 덤덤히 바라보는 것은 역시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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