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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S8] Adieu, Jack Bauer

rara-avis 2010. 6. 4. 11:32
한무리의 집단이 테러를 계획한다. 그런데 원치않게 잭 바우어가 그 테러를 저지하는데 가담하게 된다. 그리고 그 테러는 단순한 집단의 행동이 아니라 거대한 국제적 음모가 개입되어 있고 테러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로 작용하여 잭을 더욱 힘들게 한다. 다른 시즌과 마찬가지로 8시즌도 익숙한 포멧이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 바로 이 시즌이 잭 바우어가 마지막으로 활약하는 시즌이라는 것(물론 영화가 제작되지만).



잭이 테러를 저지하기 위해 활약하는 모습을 실제 시간의 흐름으로 24시간을 보여줘 더욱 더 긴장감을 준다는 것이 24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그리고 이젠 무한도전에서도 보여줄 만큼 보편화 된 화면 분할과 제이슨 본을 보는 듯한 리얼한 액션도 큰 볼거리다.
하지만 난 무엇보다 국가의 위기 앞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개인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여느 드라마에 못지 않게 정치판의 어두운 이면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큰 위기 앞에서 거의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때론 우리가 정말 동경할 만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지만 때론 치가 떨리는 행동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한 모습들이 우리가 실제로 정치인들을 보고 열광하거나 분노하는 행동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모습들을 보고 실제로 우리가 혹은 정치인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만 옳은 일인가 하는 것도 느끼게 해 줬다.
자신의 숙원과도 같은 평화 협정을 위해 그 이면에 숨겨진 음모들을 덮으려 했던 테일러 대통령의 모습에 실망한 잭은 킴에게 남기는 영상에서 이런 말을 한다.

평화를 지속시키는 건 단순히 정치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돼. 그건 신뢰와 정직 그리고 이해에서 태어나야 하는 거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아가고자 하는 양쪽의 의지가 있어야 해. 현재는, 그런 의지가 존재하지 않아.

Lasting peace cannot simply be political. It has to be born out of trust and honesty and understanding
and most importantly, a will on both sides to move forward. Currently, that will does not exist.

잭은 솔직히 합리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것에 절대 타협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결과가 평화라고 해도 거짓의 반석 위에 세워진 평화는 절대로 오래가지 못함을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막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들을 하게 된다. 비단 평화 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결과의 달콤함에 빠져 테일러 대통령도, 그리고 수많은 정치인들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있다.
물론 우리가 잭처럼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는 없겠지만 '의지'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잭은 지금까지 테러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인권단체들이 경악할 만한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고 했으며 그로 인해 정치권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기도 했다. 그 스스로가 아무리 자책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이 저주든 아니든 말이다.




결국 또 다시 권력의 희생양이 되어 도망자의 신세가 된 잭은 나 역시 그렇게 오래동안 시리즈에 남아 있을지 몰랐던 클로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사라졌다.

킬링 타임용으로도 당연히 좋은 시리즈이지만 거대한 권력의 음모에 맞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잭은 8일 동안 죽을 고생을 하며 보여줬다. 그 추잡한 싸움에서 살아 남은 잭이 이제 남은 영화판에서는 꼭 구원을 받길 바란다.
시즌 시작할 때 손녀와 같이 애니메이션을 보며 즐거워하던 그런 모습으로 말이다.
또 이렇게 즐겨 봤던 드라마 하나가 종영하게 되었다. 섭섭하다. 하지만 그동안 참 재미있게 봤다. 절대로 들키지 않게 꼭꼭 숨어 있어요, 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