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기/'11~'20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The Revenant, 2015)

영화에서 한계에 도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스타워즈나 스타트랙, 반지의 제왕처럼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미래나 판타지의 기점에 대한 구체화가 한계에 도전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상황을 극한으로 몰아 부치는 무모함이 한계에 도전하는 것일까? 둘다 맞을까? 그럼 사람들은 어느 것에 더 만족을 느낄까?

나는 잘 모르겠는데 레버넌트는 확실의 후자의 경험을 극한으로 끌어내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레버넌트를 보고 든 생각은 미친 감독이 미친 배우와 미친 스텝들과 만든 미친 영화라는 것이었다.

영화적 한계를 넘어 영화적 욕망을 (본인의 만족도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100% 표현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정말 미친 감독인거 같다. 자신의 욕망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실현시킬 수 있는 건 무서운 건데 이냐리투 감독은 그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 하다.

 

원주민 부족의 습격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시작부터 한눈 팔 여유 따위는 허락하지 않는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는 그 치열한 현장을 바라보면서 어느새 살고자 하는 본능이 나도 몰래 꿈틀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곰의 습격 장면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모든 군더더기 감정과 시선을 과감하게 배제한 체 처절하게 생존에 맞춰 진 틀에서 디카프리오의 거친 숨 한숨 한숨이 내 입에서 나오는 것같은, 그의 개거품이 내 입에서 나오는 것같은 쓰디 쓴 경험을 하게 된다.

첫째로 인상적인건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배경과 적절한 음악이다. 인공조명을 배제하고 오로지 자연광만을 사용하면서도, 자연광을 그렇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런 인간의 테크닉은 단지 거들 뿐, 그 놀라운 자연의 관경은 숨이 막히도록 아름답다. 그리고 처절하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영화 전체에 완전히 녹아 있다. 디카프리오가 보여 줄 수있는 가장 최선의 연기에 맞는 배역인건지 아니면 디카프리오가 그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상관없다. 오스카가 디카프리오를 외면한다면 빡 돌지도 모르겠다. 그의 피눈물 맺히는 눈과 개거품을 보고도 의심을 한다면 이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해당 없음이 적절하다. 후보로 노미네이트 된 다른 멋진 배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올해는 디카프리오다. 그 뿐만 아니라 2015년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로 뽑힌 톰 하디의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하루 이틀 지나 생각해 보면 톰 하디가 더 떠오르는데 그것 만으로도 그의 존재 가치가 확실하다. 영화 보는 아주 잠깐 베일의 목소리가 겹친 것만 빼면 톰 하디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그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매드맥스 때 보다 연기가 더 좋았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걸 해낸 이냐리투 감독의 역량이다. 레버넌트 보기 전에는 매드맥스였는데 미안하지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레버넌트다. 개인적으로 이런 느낌은 놀란 감독의 배트맨 트릴로지 이후 정말 오랜 만이다.

 

약자로서의 부성애와 인간의 날감정을 가감없이 담아내는 연출과 숨이 막히는 영상, 그리고 복수를 향해 나아가는 생에 대한 극한의 집념을 무섭게 보여준 배우의 연기,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버무린 감독의 욕망까지 이 괴물같은 영화는 직접 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할 말은 많지만 할 수가 없다. 그냥 정말 놀라운 영화다. 무조건 봐라.

 

 

,
:: 나의 여정은 자유롭고/여행 이야기

순천 송광사 (2015.12.25)

크리스마스 연휴(?) 겸 가족 망년회 겸 크리스마스 때 순천 송광사를 다녀왔다. 뭐...크리스마스에 절에 가는게 이상한건 아니잖아? 사람들 많더구만.

올해는 어머니 몸 때문에 나들이도 가질 못해서 겸사겸사 다녀왔다. 날씨가 춥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씨는 좋았다.

 

순천의 송광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三寶寺刹) 중 하나이다. 불교에서는 부처님, 가르침, 승가를 불교를 받치는 세 기둥이요 불교를 불교이게 하는 세가지 요소이자 보배라 하고 일찍부터 세 가지 보배를 가리키는 삼대 사찰이 있는데 경남 양산의 통도사, 경남 합천의 해인사 그리고 전남 순천의 송광사가 삼보사찰이다.  
통도사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있기 때문에 불보사찰(佛寶寺刹), 해인사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의 경판이 모셔져있기 때문에 법보사찰(法寶寺刹), 그리고 송광사는 한국불교의 승맥(僧脈)을 잇고 있기 때문에 승보사찰(僧寶寺刹)이라고 한단다.

 

 

 

 

 

 

 

,
:: 영화 보기/'11~'20

스타 워즈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 (Star Wars: Episode VII - The Force Awakens, 2015)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의 마스크를 착용하는 그 떨리는 순간이후 10년이 지났나? 행복하게 끝난 줄만 알았던 스타워즈의 또다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혹자들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는 스타워즈와 스타트랙이 양대산맥이라고도 하지만, 미안하게도 내겐 늘 스타워즈였다(사실 스타트랙은 외화 시리즈로 TV에서 먼저 접했기 때문에 영화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가장 강렬한 것은 누가 뭐래도 다스 베이더가 아닐까? 그래서인지 다스 베이더가 죽고, 또 왜 다스 베이더가 어둠의 포스를 선택했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렸을 때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2015년이 끝날 무렵에 새로운 세대의 스타워즈를 만나게 되었다.

확실히 때깔은 다른 영화와 비교하기가 힘들 정도로 압도적이다. 상상했던 그 이상으로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많았다. 이전 시리즈는 아이들을 위한 판타지가 강했다면 새로운 스타워즈는 그 당시 아이였던 팬들의 지금 나이에 맞춘 판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좀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런 무게감은 반길만한 것이다.

이전 시리즈에 대한 향수가 강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이전 시리즈의 그림자를 그리워하고 또 그 흔적들을 발견할 때 열광할 수 밖에 없다. 은하계를 누비던 그때 그 모습은 아니지만 축 처진 한 솔로의 얼굴살마져도 너무 반가웠다.

새로운 캐릭터들도 괜찮았다. 감독의 특기 답게 곳곳에 뿌려진 떡밥들과 자연스러운 캐릭터 표현도 좋았다. 조금 아쉬운 거라면, 어쩔 수 없이 다스 베이더를 잇는 다른 캐릭터를 기대했는데 그 기대에 비해 카일로 렌은 좀 아쉬웠다. 물론 앞으로 에피소드 8, 9가 남았지만 다스 베이더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지 싶다.

사실, 이제 스타워즈 시리즈는 흥행이나 작품성으로 평가할 영화는 아닌거 같다. 포스가 깨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8, 9가 기대된다.

 

May the force be with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