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DongJu; The Portrait of A Poet, 2015)
잔잔하지만 깊이있고 느리지만 여윤이 짙은 영화이다. 더 놀라운건 흑백의 화면으로 그 모든 감정들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그의 언어처럼 여리고 순수하지만 결코 굴하지 않고 비겁하지 않는 그 시절의 청춘이 보인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역시 정지용 시인과의 만남. 그리고 정지용 시인의 말.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거지"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게 평범한게 되어버린 세상에서 정작 자신이 괴물이 되어가는 것 조차 모른다는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커다란 굴곡없이 잔잔하게 흐르는 영화이다 보니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 영화들 속에서 이런 영화 하나쯤은 봐도 좋지 않을까?
동주 역의 강하늘은 늘 우리가 기대했던 그만큼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몽규 역의 박정민 배우가 너무나 잘 해줬다. 그래서 사실,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활동적이고 더 신념있게 보이는 몽규가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동주가 더 그의 시처럼 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귀향 (Spirits' Homecoming, 2015)
며칠전 확인했을 때만해도 개봉관이 많지 않았었는데 개봉일에 확인하니 그때보다는 꽤 많은 영화관에서 상영을 했다.
영화적 재미는 생각보다 많지는 않지만 지금은 너무나 늦었지만 가감없이 정확하게 알아야 할 사실을 다시금 볼 수 있는 계기만 되어도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이런 사회적 현상 때문에 관심을 가지는게 부끄럽지만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게 다행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있는 작은 영화들이 더 많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사울의 아들'도 보고 싶은데 지방에서는 일부러 시간 내서 보고 싶어도 무리가 있다. 그래서 귀향을 큰 영화관에서 보는게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기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모든건 '관심'으로 부터 시작을 하는거 같다. 역사에 대한 관심,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관심, 등등.
역사적 사실의 인지 여부를 떠나서도 어린 나이의 신인 배우가 연기하기에는 버거울 수도 있었을 텐데 세명의 어린 여배우들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것도 이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역할이지만, 지나간 과거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것들이 좀더 깊이있게 사람들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알려 졌으면 좋겠다.
좋아해줘 (Like for Likes, 2015)
생각보다(?) 재밌다는 이야기를 듣고 봤었는데 생각보다 그냥 그랬다. 이야기의 개연성도 약한거 같고 마냥 러블리러블리하게 볼 만거 같지도 않았고 배우들 연기도 그냥저냥 그랬다. 솔직히 이미연, 유아인 커플은 최악이었고 강하늘, 이솜 커플은 이솜 배우가 참 귀엽게 나왔다. 영화에 나오는 세커플의 분량이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는 않았지만 러브 엑츄얼리 이후 이런 구성은 너무나 많이 소모 되어서 별 감흥이 없지만 그 속에서도 그나마 김주혁, 최지우 커플은 괜찮았다. 의외로 잘 어울렸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한때는 우리나라에도 참 괜찮은 로코 영화가 많았던거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배우들의 이미지만 소모하는 어디선가 본 듯한 그저그런 영화들이 너무 많이 나오는거 같아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