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여정은 자유롭고/ 음악 이야기

The Life of Pablo - Kanye West

You can never go too far when you can’t come back home again

That's why I need

Faith, Lord, save, war

 

 Ultralight Beam_Kanye West, featuring Chance the Rapper and Kirk Franklin

 

 

사실 칸예의 오랜 팬으로써 그의 최근 행보는 아슬아슬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트렌드를 잘 읽을 줄 아는 괜찮은 프로듀서/랩퍼에서, 개인적인 아픔과 다수의 비난을 딛고 앞으로도 절대 나오기 힘든 마스터피스를 탄생시켜 이시대 최고의 천재로 칭송되기도 하고, 주체할 수 없는 창작의 열정을 또다른 분야에서 도전하고 있는 개척자...수사가 너무 길다.

완벽함을 위해 자신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서태지가 말했던 뼈를 깎는 창작의 고틍을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음악 외적으로 그가 언급되는 모든 가십들은 어쩌면 세상 모든 비난을 일부러 받을려고 하는 의도된 행동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하지만, 혹은 그런 비난 끝에 걸작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어째튼, 기다리던 그의 7번째 스튜디오앨범 The Life of Pablo가 발매되었다.

MBDTF까지는 사실 그의 음악은 명확했다. 한번 들으면 그 유니크한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정점은 역시 MBDTF이다. 흡사 비틀즈가 연주하는 모짜르트의 피아노협주곡인 마냥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그 앨범은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또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극한의 쾌감을 주는 유일무이한 경험이었다.

Yeezus부터 조금 달랐다. 정점에 다달은 천재의 광기가 이제는 범인이 접근하기 힘든 그 너머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단순하고, 기괴하며, 직설적이고, 강렬했으며,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매혹적이었다. 내가 신이라고 외치는 그 모습마져도 다시금 귀를 귀울이게 만들었다.

사실 그때부터 약간 불안하기는 했었다. 물론 그의 정교하고 오래된 건축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보고 왔다면 그의 의식을 따라가기는 힘든 일이 아니다. 이건 마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입구부터 첨탑까지 차근차근 훓어 보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다. 시간은 상관없이 마침내 그 전체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과정에 다다르게 된다.

신을 갈구하는 외침으로 시작하는 "Ultralight Beam"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앨범은 그가 가스펠 앨범이라고 말했던 것과 어느정도 일치하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 나는 MBDTF부터 이어지는 그의 음악적 작업의 또다른 집합체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가 너무 무난한 선택을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전히 그는 기가 막히는 샘플 선택의 능력과 그 누구보다도 높은 곳에서 전체를 컨트롤하는 시각을 가졌다. 그래서 어떻게 하든 적어도 최소한 다른 작품들보다 한발짝은 앞서 시작을 할 수 있다. 결국 그가 넘어야 할 작품의 완성도는 자신 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이 오히려 그의 창작을 고립되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물론 세상을 넓고, 그를 뛰어 넘을 천재들은 어디에서든 나타난다. 자신을 학대하여 궁극의 완벽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열린 세상에서 자유롭게 음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게 본인이 말하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아닐까?

이렇게 말이 주절주절 길어진 이유는 이 앨범을 들으면 들을수록 왠지 모르는 슬픔이 느껴져서이다. 불안불안하다는 얘기지.

그가 아무리 또라이 같은 짓을 해도 다행히 아직도 그의 음악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사실 이정도 음악을 만드는 것은 사실 힘든 일이고, 들으면 들을수록 청자의 입장에서는 또다른 수작의 탄생에 기뻐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역시 칸예의 음악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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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기/'11~'20

데드풀 (Deadpool , 2016)

사실 작년부터 워낙 요란하게(?) 마케팅을 해서 실제 영화가 나오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기대했던 것 만큼 매끈하게 잘 나온거 같다.

다양한 유머코드와 청불이라는 여건을 잘 활용한 과감한 액션, 그리고 생각보다 영화 진행도 매끈하게 잘 되었다.

확실히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캐릭터가 나왔다는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다. 물론, 좀 잔인하고 정신없고 배경지식이 없다면 사람들이 웃을때 왜 웃나 싶겠지만 이 각박한 세상에 이정도 캐릭터는 하나쯤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빌런이 좀 약했던 감이 있지만 데드풀이라는 캐릭터의 구축이 목적이라면 그다지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다.

그보다 앞으로 나올 데드풀에 대한 기대가 더 크기에 그것만으로도 나름 목적을 이룬 영화라고 생각한다.

 

 

데드풀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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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기/'11~'20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Sicario, 2015)

장마철 습기 가득한 오후 같은 영화다. 묵직하고 눅눅한 감정이 내내 타이트하게 유지된다.

음악과 영화 배경도 묵직하게 이어 나간다. 서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베니치오 델 토로는 역시.

극장에서 봤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당시에 시간도 맞지 않았고 개봉관도 생각보다 적었다. 지방에서 쉽게 접하기가 어려웠다. 갈수록 영화를 선택하여 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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