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기/'91~'00

세븐 (Se7en / Seven,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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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래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1995년에 개봉하였고 또 최근작인 '나비효과'에서 주인공이 어린시절에 보았던 영화로 나왔으니 좀 된 영화이긴하네...

스릴러인 이 영화는 시종 음산한 음악과 화면의 구성을 가지고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7가지 죄악을 모티브로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마와 이를 잡으려는 노련한 형사와 패기 넘치는 신참형사와의 대결을 그린 영화이다.
 

 Gluttony (탐식), Greed (탐욕),  Sloth (나태),  Envy (시기),  Lust (정욕),  Pride (교만), Wrath (분노)


이 영화는 스릴러의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고 두 주인공의 상반된 성격에 의한 갈등구조와 마지막을 장식하는 충격적인 결말!!

하지만 이러한 기본 구조에 데이빗 핀처 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입혀 멋진 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영화는 소재부터 상당히 매니아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 당시 나름대로 충격적인 내용이였던 이 영화와 '파이트 클럽', '더 게임'으로 이어지는 그의 영화는 외적인 측면과 더불어 내적인 측면도 상당히 매력적인 영화들을 만들었다.

영화의 주 분위기는 회색톤의 색감과 종일 비가 내리는 도시..그리고 우울한 분위기 등이다. 이는 현대 도시와 나아가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든 모순과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7가지 죄악, 즉 병들어가는 인간과 그 사회를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영화의 외적 분위기는 인더스트리얼의 선두주자인 나인인치네일스의 음악과 더불어 브루스 윌리스와 리차드 기어가 주연한 '자칼'에서 오프닝을 맡았던 카일 쿠퍼의 오프닝과 크로징은 영화사에서도 손 꼽히는 것으로 오프닝의 경우, 살인자의 1인칭 시점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이 살인자의 시선을 통한 영화의 전체적인 표현과, 흔히 아래에서 자막이 올라오는 기존의 크로징과 달리 화면의 위에서 자막이 내려오는 크로징은 상당히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하였다.
 
 
사실 이 영화 이전의 브래드 피트는 '가을의 전설'에서 긴머리에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고 다니는 모습으로 인해 나의 관심을 끌 만한 배우가 아니였다. 사실 그 당시에 한창 브래드 피트가 상종가에 있을때 정말 그를 싫어 했었다..

하지만, 밀즈의 브래드 피트는 상당히 저돌적이며 자기 감정을 자재할 줄 모르는 애송이 신참 형사로, 마지막 30분간 보여준 그의 연기는...멋졌다.

존에게 총구를 겨누는 순간, 이성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모습, 그 갈등의 순간에서 선택에까지 이르는 몇 초 안되는 순간의 연기는 인상 깊은 모습이였다. (그리고 외적으로도 그 이전과 그 이후를 통틀어 가장 멋졌다)
 
 
연기파 배우 모건 프리만 역시 은퇴를 몇 일 남기지 않은 베테랑 형사로써 감정적이고 거친 밀즈형사와 달리, 이성적이고 침착하게 사건을 파헤치는 서머셋 형사의 역할을 멋지게 연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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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연기자가 나오게 되는데(기네스 펠트로는 절대 아님) 바로 이 영화를 이끄는 또 다른 인물인 존을 연기한 케빈 스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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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사건을 제공하는 살인마를 연기하였지만, 그가 직접적으로 나오는 것은 마지막 30여분 뿐이다.

하지만, 이 30여분 동안 그는 지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상적인 연기로 브래드 피트와 모건 프리만을 압도하고 있다.

그가 보여준 카리스마와 냉소적인 모습, 그리고 건조한 눈빛은 단 30여분 밖에 나오질 않지만 강한 인상을 주었으며,

이러한 그의 연기는 같은 해에 개봉한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케빈 스페이시를 만들게 한다.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뛰어난 역량으로 인해 기억남는 몇 안되는 영화로, 오늘 다시 봤는데도 지금의 여느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멋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나왔을때 기대가 되는 몇 안되는 감독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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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기/'01~'10

미스틱 리버 (Mystic River,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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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아침...
지미와 션은 지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그 곳...
20여년전 그렇게 사라져가던 데이브의 눈빛을 다시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어긋나 버린 그들의 운명 앞에서
혹, 같이 갔었다면...내가 갔었다면...이미 지나가버린 시간 앞에서 무엇을 말할까...

어찌되었든 시간은, 운명은 이미 그렇게 모든 것을 만들어버렸고...
남은 건 지금의 지미, 션, 그리고 데이브이다...

자신의, 혹은 주변의 운명을 바꾼 시간 앞에서, 그 시간에 휩쓸려버린 자신의 모습 앞에서
죄책감이 필요하진 않는다...그 누구도 바꿀 수가 없는 일이니까...

그렇게 그냥 지금 시간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거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본성은 얼마나 잔인하며 추잡한 것인가...
거대한 운명의 물결 앞에서 인간이란 나약한 존재는 어쩔 수 없이 흔들려야 하는가...

시간을 돌려 모든 일의 시작이였던 그 사건이 없었기를 바라는 것이 지금의 어긋나 버린 현실을 돌릴 수 있는 길일까...
1초전, 혹은 2초전에 돌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고 의지하는 단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믿을 수 있는가...
자, 다시 생각해 본다면 이 모든 불행의 시작과 끝에는 항상 인간이 있다...
그 사실 하나 만으로도 얼마나 추잡한 인간의 존재인가...

이미 20여년 전, 그 사건으로 데이브를 잃어버린 데이브...
그 때부터 세상에 찌들어 버린 데이브의 표정과 몸짓...
팀 로빈스는 그러한 데이브를 커다란 동선의 움직임 없이 잘 표현하였다.

사실 그 누구보다도 이 영화를 빛낸 것은 숀 펜이 아닐까 생각한다..
딸을 잃어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한 순간 폭발하는 슬픔과 분노에 대한 표현...
그리고 마지막 션과의 대화에서 보이던 흔들리는 눈빛은 가히 최고라고 생각...

사랑과 연민에서 이리저리 갈등하던 21그램에서의 정적인 연기도 멋졌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정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표현한(그것도 단지 눈빛만으로도 충분하였던) 지미의 역할은 얼마 느껴보지 못했던 최고의 연기였다...good!!!

마지막 퍼레이드 장면에서 션과 데이브의 부인들의 상반된 선택의 결과 앞에서 놓여진 모습이 참 인상적이였다...
현실은 그렇다...학교에서, 살아가면서 정의에 관한 수 많은 교육을 받게 되지만 현실에서의 선택은 과연 어느 쪽에 해피엔딩의 막이 내릴 것인가...
어긋나버린 선은 다시는 만나기 힘들고 안 되는 것은 죽어도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여러모로 얼마 전에 보았던 21그램과 상당히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인거 같다.
이 영화 역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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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기/'01~'10

이노센스 (イノセンス / Innocence,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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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건 여러 가지를 상실하는 과정 아닐까...

그 과정에 자신의 사는 의미가 무언지 진실하게 대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오시이 마모루-

 

 

혹 그녀를 기억하는가? 진보와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존재의 구분이 모호한 시대...
그 속에서 인간도 기계도 아닌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가지며
혼탁한 세상의 꼭대기에서 피하지 않고 스스로를 던지던 그녀...

이 모호한 세상을 뒤로한 채 또 다른 매트릭스 속으로 떠난 후 남은건 비토...

 

인간은 왜 스스로를 닮은 인형을 만드는가...

'우리들의 신들도 우리들의 희망도, 결국 단순히 과학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우리들의 사랑 역시 과학적이지 말라는 이유가 있을까요.'

수단과 가치가 혼재되버리고, 스스로의 존재의 완벽함을 위해 인간은 그 모호해진 경계선상에 스스로를 내 던진다...
절대불변의 진리나 가치의 붕괴에 남은건 무엇일까...

존재의 불완전함을 일찌기 알고 있었기에, 인간의 모든 역사는 완벽한 존재를 추구하기 위한 투쟁과 진화의 시간이다.

누구를 위하여, 누구와 하는 투쟁인 것인가...

조물주가 아닌 이상 스스로의 존재의 진화, 직접적인 그 대상이 될 그 어떤 자격도 인간에게는 주어져 있지가 않다. 그것이 육체적이든지, 혹은 정신적인 것이든지...

'자신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것을 거울을 탓해 무엇하랴..'

나아가기 위한 몸부림은 결국 스스로의 존재를 붙잡게 되는 올가미가 되어버렸다.
그러한 올가미를 부수기 위한 테크놀로지의 진보, 그로 인해 인간, 동물, 생물, 무생물, 그리고 너와 나의 구분은 이미 의미가 없게된 것이다.

거울 속의 내가 나에게 웃어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거울에게 웃어보이는 것이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 사회적 명성, 물질적 풍요... 이 모든 것은 행복이라는 폴더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일 뿐이다.

나의 행복은 나의 완벽함에서 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또한 나의 행복이 나의 주변의 전달체가 나에게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완벽함 또한 행복의 일부가 아니겠는가??

행복해 지는 것은 내가 웃는 것 뿐이다.

'자신이 실제로 무엇인가를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유가 있어야 하며, 이 자유는 그 사람의 의식이 담고 있는 모든 내용물로 부터 벗어나는 그러한 자유이다. 이러한 자유가 필요한 이유는 의식의 내용물이 사고에 의해서 결합된 모든 것들이기 때문이다.

- 크리슈나무르티'


구속된 내가 아닌 자유로운 나에게서 완벽함은 올 수 있고, 그러한 나는 행복을 얻게 되는 것이다.

결국 나 스스로를 찾는 길 만이 행복을 찾는 길....

'고독히 걸으며 악을 낳지 않으며, 원하는 것은 적다. 숲 속의 코끼리처럼...'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우리 애니메이션인 '원더풀데이즈'가 생각이 났다.
아직은...

어려운 내용에 비해 환상적인 비쥬얼과 표현력에 압도당했는데, 사실 애니메이션의 표현력과 비쥬얼, 색채감, 2차원과 3차원의 모호함은 유리 놀스테인의 애니메이션 이후 가장 충격적이였다.

특히 영화 중반부부터 시작되는 북단에서의 장면은 거리 축제장면부터 하나하나가 정말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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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몇 초간 보여주는 날아가는 새의 모습...바람에 날리는 깃털....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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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과 테크놀로지의 진보 속에서, 미래에 대한 인간의 희망은 절망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는, 바빌론의 탑을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누가 만들어야 하는지,
또한 그 목적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만큼...인간은 완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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