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의 이야기 (Tale Of Tales, Skazka skazok, 1979)
'됐어!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 이렇게 고등학교를 향해 외치곤 들어갔던 대학이건만 거기서도 내가 정말 원하는 지식을 습득하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더라.
울 신입생땐 선배가 대부분 과목을 정해주었고(울 때만하더라도 학부가 아니여서 왠만한 과목은 거의 모든 과 사람이 듣는 그러한 분위기여서) 제대하고 복학하고는 학점때문에 점수 잘 주는 과목 찾아 들으니 내 입맛에 맞지 않지만 어쩌리.
그래두 3학년 2학기 쯤 되어 그제서야 학점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자포자기...^^;;;) 내가 듣고 싶던 과목을 조금씩 찾아서 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4학년 마지막 학기에 신청했던 '애니메이션의 세계'라는 과목이다.
우리 집에 돈이 쫌 많았더라면 나의 아티스트적인 기질을 살려 학교도 그리 진학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원래 공부는 안 하는게 이리저리 찝적대는 것은 많아서 그 중 하나가 그림그리는거....라기 보다는 낙서하는거. 이 과목 들으면서 상당히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유리 놀스테인의 작품들이다.
러시아의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활동한 기간에 비해 그리 많은 작품을 남기진 않았지만 '이야기 속의 이야기(tale of tales)'를 비롯한 걸작 중의 걸작만 남긴 감독이다. 그 중 이야기 속의 이야기는 정말 충격으로 다가온 작품이였다. ....그 기법의 정확한 명칭이 생각나진 않지만 하여튼 종이를 붙여서 표현한 것인데 처음 봤을때 그냥 입이 떡 벌어졌었다. 가장 기초적인 기법으로 그 어떤 애니메이션보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화면을 만들어 냈다는 것...
러시아의 자장가를 기본배경으로 전쟁과 그에 대한 아픔을 스토리가 아닌 화면을 중심으로 표현한 작품으로써 아름다운 음악과 그 누구도 나타내지 못한 멋진 화면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갠적으로 지금껏 최고의 비쥬얼을 나타낸 애니메이션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이노센스'라고 생각하지만 최고로 아름다운 것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쫌 오래된 작품이거니와 상업성과는 동 떨어진 작품이라서 구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작품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접해보라고 강추하는 작품!!!!!!
나라야마 부시코 (楢山節考: Narayama Bushiko, 1982)
이마무라 쇼헤이(imamura shohei) 감독의 1982년 작품. 얼마 전에 보았던 쇼헤이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에서도 주연을 하였던 오가타 켄이 이 영화에서도 주연을 하였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나.
이 아저씨...아니 할배?하여튼 첨에는 '복수는 나의 것'만 볼려고 했는데 이것 저것 뒤져보니 왠지 흥미있는 사람같아서 내친김에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에 이은 이른바 재후니가 뽑은 이마무라 쇼헤이 3부작의 마지막 영화!!
....사실 우나기도 유명한 영화라지만 그냥 이렇게 3작품만 보기로...ㅡ_ㅡ;;
좌우간에 영화로 말하자면....
인간에 대해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生 그 자체가 이토록 더럽고, 추접고, 재수없다는걸 보여주는 영화는 이게 처음인거 같다. 다시는 이런 영화 보기 싫을 정도로...
그럼에도 이 영화, 내가 본 영화 중에 최고라고 하고 싶다.
강풀아저씨는 이 영화 이렇단다. 나도 어느정도는 공감...
복수는 나의 것(復讐するは我にあり: Vengeance Is Mine,1979)
;(아버지) 난 널 용서 못해.
:(이와오) 누가 용서해 달랬어?
;(아버지) 나도 신께 용서받을 수 없어. 네 피는 내 피이기도 해. 내 피 속에는 악마의 피가 흐르고 있지. 난 네 어머니도 너도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
;(아버지) 이와오. 파문 당했어도 신을 두려워해야해.
:(이와오) 난 신 필요없는데?
.
.
;(아버지) 이와오. 부모자식이란 피로 연결된게 아닌거냐?
:(이와오) 죽어도 당신과 난 남남이야. 당신도 날 용서하지 않겠지만 나도 당신을 용서 못해. 어차피 죽일거면 당신을 죽였어야 했어.
.
.
:(이와오) 죽이고 싶다. 당신을...
준비한 망치로 그렇게 이와오는 사람을 죽인다. 죽음 직전에 격렬하게 죽음을 거부하지만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와오는 문득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보고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자신의 오줌으로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낸다. 박찬욱감독이 비정함의 극치라고 했던 바로 그 장면이다.
공사의 수금원 두 명이 살해되고 현금 사십 일만엔을 도난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담배 배달차 운전수인 떠돌이 이와오. 그는, 배의 갑판에서 동거녀 요시카와와, 자신의 부모님께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을 위장한다. 그는 대학 교수인 척하고 여자를 꼬셔서 범죄를 저지른다. 변호사로 위장하고 보석금을 빼돌리고, 늙은 변호사를 죽이고 금품을 빼앗는 등 활개를 친다. 그는 하마마츠에서 전에 머무른 하숙집에 눌러 앉아 경영자인 아사노 하루의 정부가 되어 성(性)에 탐닉한다 하루의 어머니는 살인죄로 형무소에 들어갔다 온 여자인데, 이와오는 결국 이 모녀를 죽이게 되고 그들의 집을 팔아서 도주 자금으로 쓴다. 이러한 도피 생활 78일 되는 날에 그는 어이없이 자신의 고향인 큐슈에서 잡혀서 교수형을 당하게 된다.
이와오의 행동에는 결과와 과정만 있고 그 시작,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물음만 남겨놓고 시종일관 이와오의 도피생활, 범죄장면이 중반부까지 주를 이른다.
극을 이끌어가는 또 다른 공간, 즉 그의 아내와 아버지. 그의 어린시절 그의 아버지의 비겁한 모습에 실망하는 장면이 나오고 그때부터 그가 삐뚤어 졌다고한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그에게 질려버린 그의 아내는 결국 그의 아버지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고 적극적이 되지만 지독한 기독교신자인 그의 아버지는 종교적 신념에 의해 그런 며느리를 애써 외면한다. 어쩌면 그러한 그의 종교적 신념이...
단 한번, 그가 마지막으로 하루를 살해할 때 인간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죽임을 당하기 직전 오줌을 싼 그녀의 다리를 닦아주고 흐트러진 그녀의 치마자락을 정리해 준다. 그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그녀의 말과, 그로 인해 혹 그녀의 배 속에 있을지도 모를 자신의 아이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어째튼 이 때 그는 감정의 흐트러짐을 보인다.
어린시절 비굴해질 수 밖에 없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그때부터 어쩌면 그는 인간이기를 거부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현실과 타협하지 못한 그의 아버지의 모습때문에 세상에 악의를 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의 복수의 대상은 아버지였던가..
그러한 그의 복수심과 상처는 뼈 속 깊숙히 박혀 있어서 그 역시 어찌할 줄 몰랐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사형당한 그의 유골을 들고 그의 아버지와 그의 아내는 산꼭대기에서 그의 유골을 던진다.
이 장면에서도 감독은 쇼킹한 물음을 던진다.
그의 아버지가 그의 유골을 던졌는데, 그의 유골은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멈춘다. 놀란 그의 아버지는 다시 던지나 역시 공중에 멈춘다. 그의 아내가 던져도, 유골단지를 통채로 던져도 공중에 멈춘다.
그것이 그의 아버지와 아내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복수의 모습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