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기/~'80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 1979)



이런 오래된 영화의 기억은 분명 봤을텐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물론 그 가물가물한 기억은 이리저리 짜집기한 TV판이겠지만. 솔직히 언제 다시 보겠다는 생각조차 없던 영화였다. 그 유명새에 비해 그다지 끌린다는 느낌이 없었다.
단지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Doors의 'The End'를 들으며 이 음악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이 영화에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고 보게 된 것이다.

월남전하면 무엇보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머나먼 정글'이란 홈 드라마가 생각나고 당연 그 주제곡으로 쓰인 Rolling Stones의 'Paint It Black'은 월남전에서 생사를 걸고 싸우는 용맹스런 군인의 이미지 그 자체였다. 서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인 그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앤더슨 상사처럼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싸우는 군인의 이상적인 모습이 떠오으며 월남전은 바로 그렇게 M16과 더불어 기억되고 있었다. 뭐, 이런 낭만적(?)인 감상도 오래가진 않았지만 말이다.



 
The End_Doors, The_The Doors(1967)_Apocalypse Now Opening
 
Doors의 이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우리가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선과 악도 없고 옳고 그름도 없고 명분조차 없이 꼭두각시처럼 싸울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야했던 그들의 심정이 아주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것 같다. 적어도 'Paint It Black'보다는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Paint It Black'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허무한 선율과 함께 울리는 짐 모리슨의 목소리, 그리고 화염에 잠기는 정글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1979년에 제작한 영화이다. 군을 이탈하고 독단적으로 군대를 조직하여 정글에 은둔하고 있는 커츠 대령을 사살하기 위해 그를 찾아가는 윌라드 대위가 그 여정 속에서 월남전의 또 다른 모습(혹은 진실이라 불릴 수도 있는)을 마주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쟁의 명분과는 너무나 다르게 광기에 찬 모습으로 변해가는 군인도 만나며 전쟁의 구조적인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플레이 걸들과의 만남, 전쟁의 기원을 파헤치는 프랑스인 지주와의 만남, 그리고 커츠 대령, 이렇게 전쟁의 피해자들을 대표하는 캐릭터들 속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다시금 전쟁의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아무래도 역시 커츠 대령이 죽어가며 읊조리던 '공포'가 아닐까? 영화는 전쟁을 여러가지 이미지로 보여주지만 저 단어만큼 확실한 것도 없는 것 같다. 이 영화 뿐만 아니라 다른 전쟁영화를 봐도 역시 마지막에 떠오르는 말은 저 말 밖에 없어.
 
3시간 정도되는 시간에 말론 브란도가 나오는 시간은 30분 정도지만 그 정도면 그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는데는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무언가 불안한 듯한 표정을 보여주는 마틴 쉰도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전쟁영화가 땡기는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엔 'Band Of Brothers'시리즈를 봤고 '지옥의 묵시록'도 보고 말이다. 또 다른 전쟁영화를 더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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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기/'91~'00

데블스 에드버킷 (The Devil's Advocate, 1997)

당시 한창 주가를 날리던 키아누 리브스와 명배우 알 파치노가 만난 영화. 예전이나 지금이나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두 배우의 연기력에 집중하여 보게 되는 작품.

알 파치노의 목소리나 행동이나 분위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그의 눈빛이 마음에 든다. 이 영화에서도 그의 눈빛에만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는데 마지막 키아누 리브스와의 연기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눈빛은 그가 아니면 소화할 사람이 그다지 없는 것 같다. 감정이 없이 차갑다가도 한없이 따뜻하기도 하고 분노에 이글거리기도 하는. 그래서 그가 나오는 영화는 스토리보다 그의 연기에만 집중하게 되는 약점이 있다.

키아누 리브스를 보면 조니 뎁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가 그에게도 있음 하는 바램이 있다. 두 배우 모두 좋아하지만 조니 뎁처럼 인디건 블럭버스터이건 그 주관을 가진 작품 선정이 키아누 리브스에겐 부족한거 같다. 나름대로 한 곳에만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곳에 나오는듯 하지만 무언가 부족해. 여전히 사람들은 그를 액션 배우로만 생각하니 말이다. 그래도 그나마 그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그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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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기/'01~'10

시티 오브 갓 (City Of God, Cidade De Deus, 2002)

소재와 화면은 참으로 쇼킹하면서도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말로만 들었던 브라질 뒷골목의 이야기는 장난감 총 가지고 놀듯이 진짜 총을 들고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처럼 섬뜻하다. 구불구불 복잡한 골목은 우리나라 어느 도시의 허름한 동네를 보는 것 같은 친숙함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파울로 린스라는 브라질 작가의 실화에 바탕을 두고 쓴 동명 소설을 영화한 것으로 신조차 포기한 듯한 동네의 잔인한 참상을 보여주는 심각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외적인 것은 삼바리듬처럼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그다지 충격적라는 생각이 들지 않기도 한다. 또 다른 블랙코메디를 본 것 같기도 하다.
신선한 화면 편집도 그 역동적인 에너지에 한 몫 했다.
그런데 왠지 영화를 보고 나서 깊은 무언가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는 가볍다는 느낌이랄까?
나쁘진 않지만 뭔가 부족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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