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기/'01~'10 05. 10.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 조차 잊기 때문이라  
                            Blessed are the forgetful, for they get the better even of their blunders

 
                                                                                                                      :: 니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엘은 여자친구인 클레멘타인에게 발렌타인 데이 선물을 주기 위해 그녀가 일하는 곳으로 간다. 하지만, 그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클레멘타인과 그녀의 새로운 남자친구를 보고 어떻게 하지도 못한채 돌아선다. 서로에게 조금씩 지쳐가고 있던 중, 정신치료 과학자 미어즈위크 박사에게 그에 대한 기억을 지워달라고 한 클레멘타인.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조엘 역시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 한다. 자신의 머리 속에서 그녀에 대한 기억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것을 느끼다가, 그렇게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는 그녀의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사라져 가는 그녀를 어떻게 해서든지 기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순결한 처녀인들 과연 행복할까?
                                                  잊혀진 세상에 의해 세상은 잊혀진다.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살이여,
                                                  어느 이뤄진 기도 어느 무산된 소망
                                                  How happy is the blameless vestal's lot?
                                                  The world forgetting, by the world forgot.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Each prayer accepted and each wish resigned.

                                                                                                     :: 알렉산더 포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 이름은 클레멘타인 크루친스키. 조엘 배리쉬의 기억을 지우러 왔어요. 따분한 남자였죠. 이만하면 충분한 제거 사유 아닌가요? 죽 생각해 봤어요. 예전과 지금의 내 모습은 어땠나...그가 나를 변화시켰나...요즘엔 자꾸 우울해져요. 그 사람과 있는 제 자신이 싫어요. 쳐다보기도 지겨워요. 그 애처롭고, 겁 많고, 겸연쩍은 웃음...병든 강아지 꼴이라니까요. 이쯤 되면 접어야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험은 풍부했어요. 똑똑하긴 했지만 아는 건 없었죠. 제대로 된 책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죠. 잡지나 뒤적이는 수준이랄까. 어휘가 다소 부족했어요. 가끔은... 공공장소에서 어찌나 민망하던지... '라이브러리'를 '라이버리'로 발음하질 않나. 글쎄 라이버리래요. 클레멘타인에게 진정한 매력이 있다면 지구를 뜨고 싶게 만드는 성깔이죠. 불타는 운석이 사람을 자극적인 세상으로 날려버려요. 그러니 빨리리 배워야 될 게 주도면밀한 생존 전략이죠. 한편으론 무척 야해요. 그나마 그게 매력이려나. 진짜 클레멘타인은 어딨지? 머리 꼬락서니하곤...허접쓰레긴가...세상 말세군. 불만이라도 있어? 머리 색깔 바꿔. 그녀와의 섹스는 의욕이 없어요. 어젯밤에 그걸 극명하게 깨달았죠. 섹스(sex)가 아니라 비애(sad)였어요. 클렘은 남자들한테 호감을 얻는 방법은 섹스 뿐이라고 생각해요. 하다못해 거시기라도 달랑달랑 흔들어줄 판이죠. 조만간 동네방네 안 해본 사내가 없을 만큼 자포자기로 대책없이 살아요. 그녀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전혀 몰랐죠. 누군가를 오래 사귀어서 생기는 손실이 있다면 결국 남남이 된단 거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억과 추억... 난 그렇게 생각한다. 기억은 단지 머리에 남겨지는 것이고 추억이란 것은 가슴에 새겨지는 것이라고. 추억이 없다면 기억할 것도 없지만 기억이 없다고 해서 마음이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잖아. 조엘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머리 속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그녀의 기억들을 다시 되짚어보며 다시금 하나 둘 씩 추억을 만들고 그렇게 그녀를 가슴 속에 새겨놓는다. 비록 그녀의 기억이 사라진다고 해도... 클레멘타인 역시 그랬던게 아닐까? 그래서 그들은 비록 함께 했었던 기억들을 삭제 당하여도 다시금 만나게 된게 아닐까?

 

 

 

,
:: 영화 보기/'01~'10 05. 10.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雲のむこう、約束の場所 : The place promised in our early days) 2004

그녀는 늘 뭔가를 잃어버리는...예감이 든다고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줄거리


제2차세계대전 후 분할 통치된 일본, 또 다른 세계.. 1996년 여름, UNION통치하에 있는 홋카이도에 거대한 탑이 솟아올라 슬그머니 가동을 개시했다. 미군 점령하의 일본 - 혼슈 - 에는 그 탑이 어떤 목적으로 세워졌는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츠카루 해협 건너 아오모리 현에서도 똑똑히 보이는 그 탑에 동경심을 가진 두 소년이 있었다. 15세의 후지사와 히로키와 시라카와 타쿠야. 그들은 군의 폐품을 구해다가 몰래 소형 비행기 'Velaciela'를 조립하기 시작한다. 또한 그들은 동급생인 사와타리 사유리에게도 동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짝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홋카이도의 거대한 '탑'과 사와타리 사유리. 모두 그 둘에게는 '지금은 아직 손에 닿지는 않지만, 언젠간 당도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의 상징이었다. 어느 날, 사유리, 히로키, 타쿠야 이 세 명은 '언젠가 탑에 다같이 가자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러나 사유리는 중학교 3학년 여름 방학때 갑자기 도쿄로 전학을 가 버리게 된다. 말로 할 수 없는 허탈함 속에서 만들던 비행기는 그대로 방치되고 히로키는 도쿄의 고등학교에 그리고 타쿠야는 아오모리의 고등학교로 진학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3년 후.. 타쿠야는 정부의 연구 시설에 몸담아 마치 사유리에게로의 동경을 부정하듯 '평행 세계(Parallel World)'와 '탑'의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편, 목표를 잃어 버린채로 도쿄에서의 생활을 보내던 히로키는 어느날인가부터 자주 사유리의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사유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중학교 3학년 여름부터 병원에서 계속 잠들어 있었다.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사유리의 병을 알게 된 히로키는 사유리를 영원의 잠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타쿠야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생각이 맞지 않았던 둘은 탑과, 세계와, 그리고 그녀 자신에 대한 비밀들에 가까워져 갈수록 더더욱 서로에게 반발하게 된다. 세계의 정세는 한층 더 악화 일로를 거듭하고 있고, 전쟁의 위기는 눈앞에 다가와 있다. '사유리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세계를구할 것인가' 과연 사유리, 히로키, 타쿠야 이 셋은 언젠가 약속했던 약속의 장소에 설 수 있을 것인가.

출처 :: HighWind (신카이 마코토 감독 팬페이지) http://blauerbrief.naool.net/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를 첨 본 것은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이다. 2~3분 분량의 짧은 애니임에도 불구하고 섬세하고 정적인 표현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흑백이지만 오히려 그러한 것이 감정의 전달이 효과적이였다고나 할까? 그리고 이 영화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첫 장편 애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시 이 애니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애니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채일 것이다. 섬뜻할 정도로 정적이고 아름다운 색채는 장면 장면에서 눈을 때기가 어렵게 만들어 버린다. 물론 그로 인해 스토리가 묻히는 점도 있긴 하지만 그러한 단점까지 덮을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의 퍼레이드를 보여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이 깊은 것은 분명 디지털 작업이었을 것임에도 그 디지털이 가지는 완벽함, 즉 어딘가 모르게 차갑고 섬뜻하기까지한 디지털의 속성까지 정적인 부드러움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이노센스'에서 보여준 인간이 동경하는 기계와 디지털의 완벽한 아름다움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온다. 디지털 세대의 미야자키 하야오라고 한다면 오버일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빛바랜 사진처럼 퇴색해져만 가는 어린 시절의 꿈을 화려한 색채로 다시 부활시켰다. 사람들이 빛바랬다는 표현을 쓰지만 결국 그건 스스로가 만든 한계일 뿐이 아닐까? 꿈꾸는 세상의 빛깔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기에 우리는 할 수 있는한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꿈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사실 우리가 인식 못 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세상은 우리의 상상보다도 더 아름다운 색으로 꾸며져 있다.


 

 

,
:: 영화 보기/'01~'10 05. 10.

바이브레이터 (Vibrator,ヴァイブレ-タ, 2003)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리랜서 작가 레이 하야카와. 언뜻보면 미친여자 같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보편적으로 정의하는 그 '미쳤다'라는 말이 어울릴 수도 있는 여자다. 자신의 머리 속으로부터 나오는 목소리들 -그녀 어머니의 꾸짖음, 학교 친구들의 가십, 그리고 성욕과 같이 표현 되지 않는 그녀의 진실한 감정들- 로 인해 적지않은 고통을 받는 여자다. 어느 날, 편의점에서 우연히 만난 프리랜서 트럭 운전수 오카베 타카토시에게 끌려 함께 여행길에 오르고, 그러는 과정에서 그녀는 잃어버린 그 무언가, 혹은 그녀의 자아를 찾아가게 된다. 자신 내면의 소리에 정작 본인의 소리는 잃어버린채 살아가지만, 어쩌면 그녀의 그 당돌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인해 그러한 그녀의 아픔이나 내면의 상처는 의외로 쉽게 치유될 수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단지 그 계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브레이터 (Vibrator): 진동기 혹은 전기 안마기, 또는 성인 여성들이 사용하는 그것. 성인 여성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그 떨림의 기구는 단지 육체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라면, 레이에게 타카토시는 잃어버린, 혹은 아직까지 찾지 못했던 그녀 내부의 모습과 더 나아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해주는 계기이다. 즉, 레이의 내면의 욕구를 채워주는 바이브레이터인 것이다.

타카토시는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오히려 레이가 적극적이다. 이는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자하는 그녀의 의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모험이고, 또 어떻게 보면 상당히 헤픈 여자로 보일 수 있는 그녀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자아를 찾게 된다는 긍정적인 것이다.

 

메인 카피가 마음에 든다.



심장 가득 느껴지는 기분 좋은 떨림
                                            
느끼고 싶다... 온기를, 숨결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