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로우 그레이브 (Shallow Grave, 1994)
난 부끄럽지 않아. 사랑도 해봤어. 거절도 당해봤지. 난 내 감정을 확실히 말할 수 있어. 예를 들어 신뢰나 우정같은 것. 인생에선 이런 것들이 중요한거야. 귀중하게 여겨야 하지. 친구마저 믿을 수 없다면 어떻게 살겠어? 어떻게 살겠냐구! 어느 도시든 상관없어. 다 똑같으니까.
트레인스포팅의 대니 보일감독의 1994년도 데뷔작으로 우연히 거금을 가지게 된 데이빗, 알렉스, 줄리엣 이 세 친구 간의 욕망과 집착에 의한 관계의 파괴와 그 결말을 그린 영화이다. 세 배우 크리스토퍼 엑클레스톤, 케리 폭스, 이완 맥그리거의 호연과 대니 보일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
데이빗, 알렉스, 줄리엣은 각각 회계사, 기자,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고급 아파트에서 같이 사는 친구이다. 이들은 룸메이트를 찾고 있는데, 워낙 자유롭고 특이한 친구들이라 자신들에게 맞는 룸메이트를 고르기가 쉽지 않는데, 어느 날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한 휴고라는 사람이 찾아오고, 이 사람에게 호감을 갖게되어 이를 룸메이트로 맞이하게 된다.
이사 온 후부터, 이 휴고라는 작자가 보이지 않자 이들 세명은 잠겨진 휴고의 방문을 부수고 들어가보는데 그곳엔 싸늘한 시체가 된 휴고와 거금이 든 돈가방이 있었다. 당연 시체를 보면 신고를 해야하는데 그 거금을 보고 이들은 고민을 하게 된다. 알렉스와 줄리엣은 이미 결정을 하였는데, 유독 데이빗은 망설인다. 하지만 일상에서의 자신이 답답하다고 느낀 데이빗 역시 결심을 하고 이들은 시체를 처리한다.
이제 이들에겐 즐기는 일 밖에 남은 것 같아 보이지만 돈을 찾는 갱단과 마주치게 되고 이들을 죽이고, 또 설상가상으로 휴고와 이들의 시체마져 발견되고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하게 된다. 처음부터 이일에 다소 부정적이던 데이빗은 극도로 긴장을 하고 점점 친구들을 의심하게 되면서 이들 셋의 우정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럼요, 전 우정을 믿어요. 친구란 필요한 존재죠. 친구까지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땐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하면 좋아요?
핑크 플로이드의 벽 (Pink Floyd The Wall , 1982)
거장 알란 파커 감독이 프로그래시브의 대표적인 그룹인 핑크 플로이드의 1979년작인 'The Wall' 앨범 전체를 가지고 만든 영화로써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음악영화정도?
즉, 이 영화는 단순히 영화를 보조하는 음악이 아니라 음악 자체가 주가 되어 나머지 영상, 스토리 등이 음악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주 내용은 핑크라는 인간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써 성장하면서 겪게되는 전쟁에 대한 상처와, 산업화에 따른 사회질서의 붕괴, 교육 등등...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反전쟁, 反파시즘, 反획일화 교육 현실 등 사회비판적인 저항요소들을 영상으로 잘 나타낸 작품이다.
사실 이 영화는 스토리 자체가 가지는 설득력이 아니라, 음악 자체가 가지는 사회적, 정치적인 성격을 나타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핑크 플로이드나 이 음반에 대한 기초지식을 가지고서 보면 더 좋은 감상을 할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는 앨범 수록곡 전체를 가지고 그에 따른 상황과 영상을 잘 보여주는데 그 중 우리들에게 가장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것으로는 획일화된 교육현실을 비꼬는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가 있다. 이는 서태지가 '교실 이데아'를 발표했을 때 그 주제가 비슷하여 자주 비교되기도 했었다.
비단 이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관계의 단절, 소외 속에서 나오는 인간성의 상실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의 문제점들을 꼬집는다.
황폐되고 단절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문득 자신도 알 수 없게 될 정도로
그 사회에 물들게 되고 자신을 스스로 잃어버릴 지도 모른 일이다...
이러한 인간을 잡아먹는 여러가지 벽들... 그것들을 깨트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겠지..
사실 음악도 물론이거니와 난해한 축에 드는 영상과 스토리가 이 영화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없이 감상하게에는 좀 무리인 측면이 있기도 하다.
그래도 그냥 편안하게, 남들이 거장이라고 말하는 알란 파커감독이 프로그래시브의 거장인 핑크 플로이드의 한 앨범 전체로 만든 뮤직비디오를 본다는 생각으로 감상을 하면 어느 정도는 이 영화와 음악이 가지는 메세지에 쉽게 다가설 수 있다고 본다.
물고기 자리 (Pisces, 2000)
여자랑 남자는...많이 비슷하단다...레몬 필 엔젤, 커트 코베인...
영화 시작에 나오는 커트가 과연 이 영화랑 무슨 연관이 있을까..했다. 여자랑 남자의 비슷한 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여자의 집착의 대상, 오랜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빌리 코건이 이런 말을 했었다. '나와 커트의 공통점은 물고기자리에 왼손잡이...'
나와 얘네들의 공통점은....공통점은....왼손잡이....
커트도 상당히 외로운 사람이였다...내가 알기론...
지나치게 깔끔한 성격, 혼자서 사진 찍고, 혼자서 쇼핑하고, 혼자서 밥먹고, 베개가 두 개인 침대에서 덩그란히 혼자 자고 가끔 시계소리에 잠 못 이루고, 전화기를 다시 한번 만져본다...
항상 밝게 일상을 살아가는 그녀지만 그렇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은 절대...절대...절대....
사랑에 빠지면... 빛이 나는 걸까... 그런 걸까... 그런거 같다... 아마도...
그러고 보니 봉사정신... 맞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에게 힘이 되고 싶은, 도움이 되고 싶은, 그래서 곁에 있고 싶은....
봉사정신은 너무 이기적인 말인가...
정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잖아요. 그럼 뭔가가 잘 안될땐... 정말 간절히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잖아요. 간절히 원했는데도 잘 안될땐...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거잖아요. 정말... 간절히 원했어요!
그렇다면 고통... 단지 사랑한 거 밖에 없는데... 곁에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 밖에 없는데... 그런건데...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참, 내가 봐도 생뚱맞은 거 같다.
얼마 전에 김승우랑 김남주가 결혼할 때 식장에서 눈물흘리던 김승우를 보며 문득 예전에 이혼하고 그 덤덤한 모습으로 인터뷰를 하던 이미연이 생각이 났었다. 그 덤덤한 모습과는 달리 조금은 흔들리는 듯한 눈빛이 꽤 비슷한거 같아서.
사실...여러가지 조금은 엉성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느낌만은 잘 전달이 되는 거 같았다. 누구나 한 때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그런 심한 집착을 느껴보지 않을까?
딴 녀석이랑 웃으면서 이야기하면 성질나고 술 마실 때 딴 넘이랑 옆에 같이 앉아서 놀면 술 벌컥벌컥 들어가고 ....ㅋㅋ
사랑한 죄 밖에 없다는...그 말이 상당히 귀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