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기/'91~'00

비포 나잇 폴스 (Before Night Falls, 2000)

나무의 비밀스런 생은 나무에 애써 올라 본 사람만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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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레이날도 아레나스(Reynaldo Arenas: 1943-1990)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바스키아>로 데뷔한 화가 출신 줄리앙 슈나벨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미국 영화협회(AFI) 2000년 10대 영화로 선정되었으며, 2000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스페인 스타 하비에르 바르뎀가 열연하여 좋은 평을 받았다. 동성애자를 탄압하는 카스트로 정부에서 탄압을 받고, 감옥 생활을 하던 레이나르도는 출옥을 한 후 뉴욕으로 이민을 간다. 그러나 뉴욕에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레이나르도의 희망을 에이즈가 파괴해 버린다. 영화는 쿠바 출신 작가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따라간다. 아레나스는 카스트로 집권하의 쿠바에서 처녀작으로 주목받았으나, 체제비판적인 작가이자 동성애자로 낙인찍힌 인물. 정부의 탄압으로 수감생활을 거친 뒤, 1980년 동성애자, 정신병자 등 정부에서 '부적격자'로 판정받아 국외로 추방되는 인파에 섞여 미국으로 탈출한다. 타향에서 차별과 빈곤, 고독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아레나스의 삶과 언어를 다큐멘터리적인 시선으로 재구성했다. 감독은 93년에 플로리다에 머물고 있는 레이날도의 인터뷰 다큐멘터리를 보고서 영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의 자서전을 기본으로 하여 그의 다른 작품들의 이미지를 결합하였다. 레이날도는 20편 이상의 책과 10편의 소설, 단편들과 시를 남겼다.

written by 홍성진 :: 네이버 영화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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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날도는 영화 전반에 걸쳐 상당히 유쾌한 모습을 보여준다. 쿠바인 특유의 열정이랄까... 그러나 그는 (내 기억에) 단 두 번 너무나 현실적인 현실을 마주한듯한...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으로의 첫 탈출이 실패했을 때와 마지막에 병원에서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뉴욕의 거리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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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바라던 혁명은 그에게 또 다른 시련을 준다. 또 다른? 아니 혁명 그 자체가 그에게는 시련인 듯 하다.

사실 보편적인 기준에서 약간 벗어난 듯한 사람들을 우리는 미쳤다고 흔히들 말 하는데 가끔 난 그런 미친 사람들이 무섭다. 미쳤다는건 극도의 악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런 사람들의 무모함이 무섭다. 무모함? 아니 열정이라고 하자.

그의 문학과 사랑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필시 혁명적 피와는 틀린 것이라고...혁명정부는 생각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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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가 생각하는 혁명과 현실은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만의 혁명을 위해 쿠바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떠나는 그의 뒤에 걸린 게바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달빛은 죽음을 목욕시켜 하얀 별처럼 빛나게 하고 뒤뜰 가운데서 반짝이게 한다.

 

미국으로 건너 갔지만 극도의 생활고와 에이즈로 인한 육체의 파괴는 정신까지 파괴시켜 간다.

그는 정녕 무엇을 위해 그렇게 쿠바를 떠나온 것일까...그의 작품과 영혼은 끝 없는 자유를 갈망했지만 결국 죽는 순간 그가 원한 곳은...쿠바였다.

마지막...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그는 하염없이 뉴욕을 바라본다. 결국...그는 그 곳에 속하지 못했나 보다. 그의 독백은 이러한 뉴욕의 모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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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하수구에 빠져 넘어질 것 같고
빌딩 숲 아래를 걷다 보면 빌딩이 무너져 내릴 것 같다
불온한 옛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과거의 문 닫힌 가게들, 시장들 문닫힌 극장, 공원, 카페까지
거기 가끔 먼지에 쌓인채 보이는 변명의 팻말
'개혁을 위한 닫음, 수리를 위한 폐쇄'
대체 어떤 개혁이길래?
그 개혁은 언제 끝난단 말인가? 아니, 시작이라도 했었던가?
닫음, 닫음.. 모든게 닫혔다
난 수 없이 많은 자물쇠들을 열고 임시 계단을 밟고 올라간다
저기 그녀가 날 기다리고 있다
커버를 벗기고 조용히... 싸늘한 그녀의 몸을 응시한다
그리곤 이윽고 애무하고 난 그녀를 정교히 닦아낸다
몸 구석구석을 절망감과 행복이 교차한다
허나 키보드 위로 손을 날리면...
갑자기 모든게 새로 시작된다
탁탁대는 소리는 어느새 음악으로 바뀌고 손가락은 리듬을 타고 달린다
나무, 거리, 사원, 사람들, 해변
지붕, 작고 큰 지붕들
별빛 밝은 밤, 소나무,  구름
수백 수천마리 앵무새들
그리고 줄기뻗는 덩굴식물들
그 모든 것들이 내게 응답한다 벽들은 사라지고 내 기분은 서서히 상승한다
최고조로, 하늘 끝까지
그러면 난 구원받아 불멸이 된다
그치지 않는 그 리듬 덕에
탁탁대는 그 음악 타자기 소리 덕에


난 그 누구도 원치 않는
불쾌한 소년...
거대한 도시의 가로등 밑이나 완고하고 드높은 귀부인들 앞에서 또 예쁜 소녀들 앞에서
경멸을 보이려는 더러운 소년
난 언제나 외로운 그 소년으로
경멸의 비웃음을 던지며 경고하되 혹시라도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
난 그틈을 이용해 지갑을 훔친다
난 눈앞의 공포에 시달리는 소년
눈 앞의 타락 눈 앞의 부패
반칙과 범죄에 시달리는 소년
난 역겨운 소년
낡은 판자 하나로 침대를 만들고는  날 데려가기를 기다리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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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의 빛(?)나는 조연들...

달구지 끌고 가는 시골 아저씨 숀 펜과 매혹적인(?) 게이 봉봉과 장교의 1인 2역을 멋지게 연기한 조니 뎁.

 

che guevara라는 정치적인 코드를 떠나서 쿠바라는 나라는 분명 내게는 아주 매력적인 나라이다.

우울함을 찾을 수 없는 경쾌함...

아마 내가 담배를 다시 핀다면 그것은 하바나의 어느 거리에서 물고 있을 쿠바산 시가가 아닐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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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발탄 (誤發彈 / An Aimless Bullet, 1961)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난 전쟁 중에 잘못 발사된 오발탄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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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털다가 경찰에 붙잡힌 동생을 만나고 집에 오니 아내는 병원에서 난산으로 죽게된다.

모든 불안요소가 한꺼번에 닥치듯이 그의 앞에 놓인 불행이라면 불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순식간에 그의 방향감각을 상실케 한다.

그런 그의 심정을 알았다는 듯이 그의 노모는 연신 '가자!'라고 외치지만...

아픈 이는 뽑아 버리면 그만이지만 차라리 그렇게 뽑아버릴 수만 있다면 수백번 수천번 그렇게 하겠지만...


상당히 보는 동안 오래된 영화라 우리나라말이지만 녹음의 엉성함과 조명 등으로 잘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택시 안에서의 장면은 최고인거 같다.

상당히 섬뜻한 영화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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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몽 (羅生門: Rashomon / In The Woods,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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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말 접하기 어려운 영화 아닌가...(아닌가??쉬운가???)

날고 긴다는 그 유명한 감독들과 영화 평론가들이 입이 닳도록 칭찬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 구로자와 아키라감독의 영화 한 편 정도는 봐 줘야하는 센스!!가 필요하다구 느껴서 이리저리 뒤져보니 뭐 '7인의 사무라이'등등등...의 명성에 걸맞게 그 filmography 역시 내가 뭐 딱 집어 이거라고 꼽을 수가 없지만 저 시대에 저런 스토리를, 그것도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경이로와서 라쇼몽을 보았다.

너무나 유명한 영화라서 굳이 뭐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겠냐만은 솔직히 나의 영화에 대한 시각이 아직은 문외한이여서인지 아니면 그렇게 극찬을 받은 영화적 기법이 지금은 너무나 보편적이여서 상대적으로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완벽함이라는 그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의 가치로 인하여 오히려 무언가 틈과 헛점이 보인다면 그 작품에 대한 나의 집중도가 더해지겠지만 이 영화가 바로 그 완벽함이라는 존재적 가치를 지녀서 나의 범인적인 시각으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틈으로 인해 그의 반작용으로 내가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이 영화는 1950년 작품으로 당시로서는 놀라울 정도의 카메라 워크와 정교한 내러티브로 많은 평론가들이 세계 최고작 가운데 하나로 손꼽고, 1951년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 1952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으로 당시 일본영화의 수준을 전 세계에 알린 작품...이란다.

영화는 전국시대 일본을 배경으로 숲 속에서 일어난 한 무사의 살인사건을 주 내용으로 한다. 이 사건에 관련된 무사의 아내, 산적, 그리고 무당의 몸을 빌려 나타난 무사의 혼이 각각 상이한 진술을 함으로써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고 각 인물의 관점에서 영화는 전개가 된다.

재미있는 것은 마지막에 이 사건의 모든 것을 보았다던 나무꾼도 결국에는 자신의 잘못이 들통나게 될까봐 거짓을 말하게 된다는 것이다.

진실에 대한 깊이있는 고찰을 말하는 이 영화는 결국 그 진실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나 주관적인 사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 하다. 그 모든 진술은 각 인물의 관점에서는 그 각각의 진술이 모두 진실인 것이다. 결국 그 진실의 존재성이란 설득력을 갖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른 문제인 것이 아닐까? 영화의 주제 자체가 너무나 일본적인 그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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