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기/'11~'20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Detective K: Secret of the Living Dead, 2017)

왜 하필 조선시대와 흡혈귀라는 소재를 엮었는지, 당시 서양인에 대한 폐쇄적인 시각을 보여 주고 싶었었는지, 아니면 기독교의 박해를 말하고 싶었는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봐도 솔직히 답이 안 나옵니다.

네, 이 영화는 그냥 답 없이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어정쩡한 코미디에 웃기만 하면 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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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이 내 세상 (Keys to the Heart, 2017)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이었지만 지금은 전단지나 돌리고 있는 조하는 우연히 어릴 적 집을 나갔던 엄마 인숙과 만나게 됩니다. 마땅히 지낼 곳이 없던 조하를 인숙은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고, 조하는 이부동생인 진태를 만나게 됩니다. 자폐증이 있는 진태는 한 번 듣게 되는 음은 피아노로 모두 칠 수 있는 서번트 증후군을 가지고 있습니다. 엄마를 통해서 만나게 된 다른 성격이 이 두 형제가 함께 지내게 되면서 생기는 일들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영화가 워낙 많기에 사실 모두가 예상 가능한 그 범위 안에서 다를 것이라고는 보여 주지 않습니다. 다만, 스토리가 한정적이다 보니 자연스레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을 하게 되는데 연기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배우들이라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흐름을 잘 이어주는 거 같습니다.

 

놀라웠던 점은 진태 역을 연기한 박정민 배우와 한가율 역을 연기한 한지민 배우의 피아노 치는 부분입니다. 이런 연기는 연습을 많이 하지 않으면 자칫 음과 손의 싱크가 안 맞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둘은 전혀 그런 모습이 없었습니다. 박정민 배우가 6개월 동안 피아노를 연습했다는 것은 기사를 통해 많이 접했는데 한지민 배우는 원래 피아노를 칠 줄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 전문가인 제가 보기에는 정말 프로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얼굴도 예쁘고 피아노 치는 연기도 잘 하다니...

 

이런 영화에서 기대하는 딱 그정도의 선 안에서 보여 줄 수 있는 부분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 뻔한 내용이지만 그렇게 지루하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부담없이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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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Coco, 2017)

세월을 뛰어 넘어 변함이 없는 가족의 가치, Remember me!

 

멕시코의 한 작은 마을에서 온 가족들이 신발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미구엘 가족은 미구엘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남편이 자신의 꿈인 음악을 찾아 가족을 버리고 떠나자 음악을 싫어하게 되고, 이런 전통을 오늘날까지 이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구엘은 그런 집안의 전통(?)과는 달리 뮤지션이 되는게 꿈입니다. 집안 어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구엘은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인 에르네스토가 생전에 즐겨 말했던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말처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망자(亡者)의 날(el Día de los Muertos)'에 광장에서 있을 음악 경연 대회에 참가할려고 하고, 그러기 위해 결국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댑니다. 망자(亡者)의 물건에 손을 댄 미구엘은 죽은 자들의 세상에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오래 된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에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본게 언제인지, 아니 본 적이 거의 없는 거 같네요. 기억이 없어요. 어차피 시간이 좀 지나면 TV에서 하니 굳이 찾아가서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컸었죠. 보기 좋게 한방 먹었습니다. 예전에 고흐의 작품을 직접 봤던 때가 생각이 나네요. 그때도 어차피 그림들 인터넷에 검색하면 고화질로 볼 수 있는데 굳이 전시회 가서 볼 필요 있을까 했었는데 고흐의 작품을 직접 보고 나서 그 선입견이 와르르 무너졌었습니다. 그 질감은 아무리 고화질이라고 해도 구현해 내지 못하더라구요. 코코를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질감을 표현하는지, 그러면서도 각각의 요소들이 이질감 없이 나타나게 하는지 놀라웠습니다.

 

죽음을 대하는 모습은 각 문화마다 다릅니다. 우리는 엄숙하기도 하고 한(恨)의 정서랄까? 슬프고도 남은 자들에게 큰 짐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영화에서는 조금 경쾌하게 그립니다. 물론 그게 '망자의 날'을 대표하는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우리가 느끼는 죽음과는 조금 다른 듯 합니다. 그래서 영화 전체의 리듬감이 역동감 있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기본 정서는 다 비슷할 겁니다. 죽은 자들이 사라지는게 아니고 다른 세상에서 계속 존재한다는 믿음. 그래서 끊임없이 나를 기억해 달라고 하는 것이겠죠.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많은 걸 잊고 살아 갑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내 꿈들. 늘 곁에 있다가도 내 곁을 떠나면 슬퍼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 지기 마련이죠. 이제는 꿈에서 조차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에서는 계속 기억해 달라고 합니다. 나의 존재가, 나의 생각이, 나의 꿈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영원하길 바라는건 거창한게 아니고, 그냥 계속 함께 있는 것이겠죠. 단지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이멜다가 미구엘에게 아무 조건 없이 축복한다는 장면과, 미구엘이 부르는 노래에 코코가 함께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코코가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 눈물이 찔끔 나더군요. 결국, 가족이란 아무 조건없이 영원히 기억하는게 아닐까요?

 

코코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여러 요소들이 묵직하게 울림을 줍니다. 그게 나쁘지 않습니다.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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